[심층분석] 'R&D 쇼핑 시대'
입력 : 2010.09.16 03:14
삼성전자·LG화학, 美에 연구소… 현지 개발된 기술 흡수해 '시너지 효과'
"외부 역량 끌어들여 성과" '개방형 혁신' 새 트렌드로
대기업이 中企 콘텐츠 채택 '상생'에도 적극 활용돼
경기도 용인에 있는 대웅제약 신약연구소. 대표적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이 프로젝트에 매달린 연구인력 20명 중 대웅제약 연구원은 12명뿐. 나머지는 국내 바이오 벤처인 메디프론 소속 연구원이다. 이들은 작년 초부터 이곳 연구소에서 함께 근무 중이다. 메디프론의 치매 관련 핵심기술과 대웅제약의 연구개발(R&D) 노하우를 결합해 치료제 개발에 나선 것이다.
기업이 자신의 미래인 신사업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외부에 완전 개방하는 것은 지금까지 극히 드문 일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전에 기업 간 협력은 기술 개발을 위임하거나 한두 명의 연구인력을 파견하는 형태였다"며 "이번엔 두 회사가 완전히 벽을 허물고 제품 개발부터 생산, 수익 배분까지 전 과정을 공유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도 최근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서며 핵심 방향을 '개방'으로 잡았다. 지난 10일 김기남 종합기술원 원장은 1000여명의 임직원 앞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을 초빙해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국제학회를 연구소 내에 유치하는 등 종합기술원을 개방형 연구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특허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독자 개발' '단독 연구'를 포기하고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 쇼핑'에도 훨씬 적극적이다.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대학의 기술과 인력을 수혈해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이른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술 공유에 투자 위험도 줄이고"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배터리 연구소인 LGCPI는 최근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와 전기자동차용 고성능 2차전지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곳에서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과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연구를 2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용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가공하는 화학기술과 자동차 기술이 결합되어야 한다"며 "외부의 기술과 인력의 도움이 없으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신기술 확보를 위한 개방의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 1988년 자체 연구개발(R&D)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SISA(Samsung Information System America)의 최근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IT에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와 에너지 등 다양한 신기술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이곳의 벤처·대학·연구소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연구원은 아예 제록스 팰러앨토 연구소(PARC) 등 다른 연구소에 파견을 가기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투자자나 전문가 모임에 참석해 최신 기술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며 "이런 자리를 통해 기술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신의 미래인 신사업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외부에 완전 개방하는 것은 지금까지 극히 드문 일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전에 기업 간 협력은 기술 개발을 위임하거나 한두 명의 연구인력을 파견하는 형태였다"며 "이번엔 두 회사가 완전히 벽을 허물고 제품 개발부터 생산, 수익 배분까지 전 과정을 공유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도 최근 대대적인 조직 혁신에 나서며 핵심 방향을 '개방'으로 잡았다. 지난 10일 김기남 종합기술원 원장은 1000여명의 임직원 앞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을 초빙해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국제학회를 연구소 내에 유치하는 등 종합기술원을 개방형 연구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특허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독자 개발' '단독 연구'를 포기하고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기술 쇼핑'에도 훨씬 적극적이다.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대학의 기술과 인력을 수혈해 조직의 역량을 키우는, 이른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술 공유에 투자 위험도 줄이고"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배터리 연구소인 LGCPI는 최근 GM·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와 전기자동차용 고성능 2차전지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곳에서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과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연구를 2년간 수행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용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가공하는 화학기술과 자동차 기술이 결합되어야 한다"며 "외부의 기술과 인력의 도움이 없으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신기술 확보를 위한 개방의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 1988년 자체 연구개발(R&D)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SISA(Samsung Information System America)의 최근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IT에 국한되지 않고 바이오와 에너지 등 다양한 신기술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이곳의 벤처·대학·연구소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연구원은 아예 제록스 팰러앨토 연구소(PARC) 등 다른 연구소에 파견을 가기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투자자나 전문가 모임에 참석해 최신 기술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며 "이런 자리를 통해 기술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충북 청원의 광학필름 전문회사인 미래나노텍은 현재 LCD에 들어가는 광학필름 분야에서 손을 잡고 있다. 미래나노텍이 필름 개발에 필요한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LG전자는 양산 기술을 개발해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던 필름 국산화에 성공했다. 미래나노텍은 LG전자에 필름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를 납품함으로써 광학필름 생산에 따른 이익을 LG전자와 공유한다. 미래나노텍 관계자는 "LG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양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기술이나 산업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하고 복잡해져, 기업 혼자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며 "앞으로 이런 개방형 혁신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도 개방형 혁신으로
LG유플러스가 서울 상암 사옥에 마련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콘텐츠를 직접 테스트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콘텐츠를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통합개발지원센터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상업화 가능성이 큰 콘텐츠는 LG가 직접 상용화를 지원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최근 총 500억원을 투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개발자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 서로의 기술과 시설, 인력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또는 제품화 과정에서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 2003년 미국 UC 버클리대학의 체스브로(Chesbrough) 교수가 같은 이름의 책을 내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기술이나 산업 트렌드가 너무 빨리 변하고 복잡해져, 기업 혼자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며 "앞으로 이런 개방형 혁신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 상생도 개방형 혁신으로
LG유플러스가 서울 상암 사옥에 마련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중소기업이 개발한 콘텐츠를 직접 테스트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콘텐츠를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통합개발지원센터도 신설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상업화 가능성이 큰 콘텐츠는 LG가 직접 상용화를 지원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최근 총 500억원을 투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개발자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 서로의 기술과 시설, 인력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또는 제품화 과정에서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 2003년 미국 UC 버클리대학의 체스브로(Chesbrough) 교수가 같은 이름의 책을 내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