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리뷰] '퀴즈왕'

재미있고 웃기고 감동적…뭉클함 없지만 추석용 '딱'

영화 '퀴즈왕'은 꼭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기분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는 제한되어 있고 쉴 틈이 없이 빠르게 오고 가는 등장인물들의 대화 역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대단히 극적이다. 연기력을 검증받은 수많은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 역시 안정적이다. 재치 있는 내용은 장진표 영화의 특색을 그대로 살렸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2% 남는 것은, 재미와 감동은 있지만, 그것이 관객을 경도 시킬 만큼 엄청나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한 여자가 죽는 4중 추돌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4대의 차에는 각자 다른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서에 한데 모이게 된 이들은 우연한 계기로 133억이 걸린 퀴즈쇼의 마지막 30번 문제의 정답을 알게 된다. 상금을 통해 인생 한 방을 꿈꾸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퀴즈쇼를 준비한다. 다양한 인물들이 부대끼고 공존하면서 한편의 '퀴즈쇼'를 통해 수십 명의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영화가 바로 '퀴즈왕'이다.

주목할 점은 단연 장진 감독이 지휘한 영화 속 대사들이다. 관객들이 배를 잡고 웃게 하는 대사들이 영화 속 곳곳에 즐비하다. 여기에 장진 사단의 휘하에 있는 류승룡, 류덕환, 장영남 등의 배우들과 새로 등장한 김수로, 심은경의 코믹 연기가 볼만하다. 서로 판이한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상금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피나는 노력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결국 '산다는 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도박으로 가산을 날린 상도(류승룡)에게 퀴즈쇼란 생계고, 뛰어난 두뇌를 가졌지만, 해결사 일을 하게 된 남자(한재석)에게 퀴즈쇼란 탈출구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레 등장인물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해 보게 되고 희극적으로 묘사된 그들의 비극을 보면서 허심탄회하게 웃을 수 있다.

자장면 집 배달부가 된 류덕환과 퉁명스러운 여고생을 맡은 심은경의 귀여운 로맨스는 보너스다. 상도가 퀴즈왕에서 탈락하면서 아내에게 바치는 진심 어린 고백은 감동 그 자체다. 태권도 도복을 입고 무식하게 퀴즈쇼에 도전한 정재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크게 웃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거기까지다. 인물들은 재미있고 영화는 웃기며 감동적이지만 그 이상의 뭉클함은 없다. 그러나 퀴즈쇼를 주제로 한 이 영화에서 '인셉션'과 같은 웅장함과 '반지의 제왕' 같은 스펙터클을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추석용'으로 적절하다. 추석에 가족들과 다 같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 청룡시네마 김현진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