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감독' 그들은 왜 촬영장으로 뛰어들었나

장 진 감독은 추석 코미디 '퀴즈왕'에서 지금까지의 출연작 중 가장 비중이 큰 경찰 '마반장' 역할을 맡았다.

장 감독은 "애초에 생각하던 차승원 신하균 정재영이 모두 사정상 마반장 역을 할 수 없어 스스로 출연하게 됐다"며 "출연료는 한 푼도 책정 안 했다"고 말했다. "제작비도 아낄 겸 출연한 건데 무슨 돈을 받겠냐"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감독이 연기할 때는 누가 '컷'을 하냐고 묻자 장 감독은 "당연히 내가 해야죠. 내가 대장인데"라며 웃었다. 본인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한 번 가자"고 할 뿐, 다른 스태프에게는 '컷'을 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출연료 없는 카메오… 양동근이 등떠밀어 출연

추석 개봉을 앞둔 영화들에 '연기하는 감독들'이 출동해 잔재미를 선사한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퀴즈왕'의 장진 감독, '그랑프리'의 양윤호 감독, '무적자'의 김해곤 감독이다. 스크린에서 신인 배우인 양 연기를 하는 감독들을 보면 궁금증이 샘솟는다. 감독이 연기를 하면 현장 분위기는 어떨까? 출연료는 받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왜 직접 연기를 한 것일까? 그 모든 질문을 연기하는 감독들에게 직접 던져봤다. <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메가폰 들고 액션 왜 직접 나섰나?

내 연기도 내가 컷… 출연료 한푼도 안받아

양윤호 감독은 김태희 양동근 주연의 '그랑프리'에서 두 사람이 술을 마시다 키스를 나누는 장소인 해변 술집 주인 역으로 카메오 출연했다. "내가 연극영화과를 나오기는 했지만 연기를 사실 잘 못한다"는 양 감독은 다름아닌 주연배우 양동근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양동근이 '감독님 출연 안 하면 나도 안 한다'고 해서 같이 출연하게 된 거예요. 출연료요? 당연히 한 푼도 없었지요." 보통 영화를 찍으면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출연료가 책정되지만, 그 영화의 감독인 경우엔 예외다. 출연료도 없는 카메오였지만 양 감독은 술집에 양동근과 함께 찍은 전작 '바람의 파이터' 포스터를 걸어놓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내 영화엔 쑥스러워 안나와 우정출연이라 출연료 적어

송해성 감독이 연출한 '무적자'에 나온 김해곤 감독은 경우가 좀 다르다. 영화 '숙명',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등을 연출한 김 감독은 '무적자'의 주인공인 송승헌의 강력 추천을 받았다. 당연히 출연료도 받았다. "야박한 수준은 아니었는데, 우정출연이라 전작들보단 좀 줄었다"는 김 감독은 출연료 질문에 "내 영화에 내가 출연하면 아마 조감독이 술 한 잔 사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영화에는 쑥스러워서 절대 안 나올 것"이라며 웃었다. 또 "내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달콤한 인생'"이라고도 밝혔다. 배우이자 감독인 김 감독은 1990년 '장군의 아들'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가문의 부활', '달콤한 인생' 등에 출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