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 내정자로 지명한 가장 큰 이유가 "공정한 사회 기조를 뿌리내리게 하는 데 최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청문회 공포증'이 두차례 국회 검증 경험이 있는 김 내정자를 선택한 주요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靑), "두 자릿수 후보들 검증했지만…"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관료, 법조계, 학계, 언론계, 외교관 등 상당히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총리 후보를 찾았다"며 "아주 세밀한 검증에 들어간 사람 수만 해도 두 자리가 넘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오랜 법관 생활 동안 치밀한 자기 관리로 유명했다. 법원에서는 물론 감사원장으로서도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치적으로도 지역 안배와 탕평 인사 차원에서 매력적인 카드였다. 여기에 이미 2년 동안 감사원장으로서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장점도 있다. 처음부터 김 원장을 '0순위'로 생각했다면 '두 자릿수의 광범위한 인물 찾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보다 참신하고 능력도 있으면서, 작은 흠도 없는 '공정한 사회'에 맞는 상징적 인물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선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왔다. 김 내정자 스스로도 지난 8일 본지 인터뷰에서 "총리는 동적(動的)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난 성격상 정적(靜的)인 사람"이라며 "난 총리 자리에는 미흡한 사람"이라고 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김 내정자를 최후의 카드로 예비해 둔 상태에서 10여명의 다른 후보를 찾아봤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렇게 된 배경이 "청문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후보는 청문회 때문에 고사를 했고, 어떤 후보는 강화된 청문회 기준에 맞춰 이뤄진 청와대 자체 검증 과정 때문에 낙마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내정자는 2005년 대법관 임명 당시에는 한나라당이 야당인 상황에서, 2008년 감사원장 임명 때는 민주당이 야당인 상황에서 모두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경력이 있다.
◆병역 면제가 최대 쟁점 될 듯
김 내정자는 두 번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논란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좌우 시력이 크게 차이 나는 부동시(不同視) 때문에 병역을 마치지 못한 것이 늘 논란이었다.
청와대로서도 다른 자격은 충분한 김 내정자를 선뜻 택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장 야당에서는 이날 "이 정권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원세훈 국정원장까지 당·정·청·정(黨政靑情)의 최고 지도부가 모두 병역 면제자로 짜이게 됐다"고 비난하는 반응이 나왔다. 인터넷에서도 "군대 면제자만 당 대표와 총리로 쓰는 정권"이라는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렸다.
또 야당은 당시 "누나들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증여세 탈루 의혹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빌린 돈이었으며 대법관 퇴직 직후 1억원을 갚고 현재 1억원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매형 회사를 위해 감사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제기 등이 있었지만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대학원을 다니던 장남의 학비 700만원에 대해 부당 소득공제를 받은 사실은 인정한 뒤 추가로 납부했다. 이 대통령과 같은 소망교회를 다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청와대가 밝혔다.
내정 확정 통보는 전날인 15일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했으며 김 내정자는 14일까지도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16일에야 새벽 6시부터 청와대에서 수석들이 모여 모의 인사청문회를 3시간 동안 해야 했다. 마침 총리에 내정된 16일은 음력 8월 9일로서 김 후보자의 생일이다. 김 내정자가 감사원장에 임명받은 2008년 9월 8일 역시 음력으로 회갑을 맞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