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꽃노털 옵파' 이외수, 청춘들과 통하다

10~20대에게 최고 인기 작가는 이외수(李外秀)다. 1946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예순다섯.

외모만 놓고 보자면 작가 이외수는 비호감 1순위다. 심하게 말하면 루저(loser)에 가깝다. 윤기 없는 머리카락이 등허리까지 치렁치렁하고, 지저분하게 수염까지 길렀으니. 얼굴은 또 어떤가. 오랫동안 따뜻한 밥을 구경 못한 사람처럼 메마르고 거칠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최고의 화제는 이외수다. 외모지상주의 신(神)이 단 하나의 예외(例外)를 두고 있으니 그가 이외수다. 10대의 화제 빈도수에서 웬만한 인기 연예인도 이외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외수가 ‘소녀시대’나 ‘밥만 잘먹더라’의 창민(2AM)을 능가한다는 말도 있다.

이외수의 인기를 폭증시키는 데 한몫하는 게 트위터다. 코리언 트위터의 팔로어 순위에 따르면, 9월 15일 현재 이외수 트위터의 팔로어(follower) 수는 37만1115명으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김연아로 25만7272명, 3위는 ‘슈퍼주니어’의 이동해 25만6848명. 지난 6월까지 팔로어 1위는 피겨스케이터 김연아로 20만명이었다. 이외수는 지난 8월 초에 팔로어 30만명을 돌파했다.
 
팔로 수로만 보면 김연아의 25만명 눌러

140자 이내로 글(멘션)을 올릴 수 있는 트위터. 이외수는 이 트위터 공간에 하루 평균 3~4건의 멘션을 올린다. 글의 주제는 심오한 철학적인 얘기부터 배꼽을 잡게 하는 가벼운 우스개까지 다양하다. 문체 역시 울림이 있는 유려한 문장에서부터 톡톡 튀는 10대의 줄임말까지 변화무쌍하다. 이외수의 거주지는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깊고 깊은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트위터로 무장한 그는 전국의 팔로어들을 실시간으로 들었다놓았다 한다. 
 
매미들 귀 따가운 소리로 햇살을 톱질하는 여름. 그대 길을 걷다가 행여 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만나, 그 그늘 아래서 잠시만이라도 더위를 식혔다면, 일어설 때는 땅 속에 있는 뿌리의 노고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할 줄 알아야 하느니.  12:58 PM Sep 5th via twtkr

바깥이 거짓말처럼 조용하다. 그토록 격렬하게 울어대던 매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날마다 절규하듯 보내던 교신이 결국 하늘까지 닿아 그 작고 간절한 영혼들을 하나님 품안으로 거두어 가셨나 보다. 청명하고 조용한 초가을 문턱.  6:06 PM Sep 5th via twtkr 
 
디지털 시대는 실시간 소통시대. 이외수는 자연현상의 변화에 따른 순간적인 느낌을 팔로어들에게 전달한다. 트위터로 중무장한 이외수에게서 순발력, 민첩함, 기동성, 시의적절 등이 연상된다. 이것을 읽다보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굳이 긴 문장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또 소설과 산문이 꼭 책 한 권 분량이 되어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140자 안에서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의미전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젊은이들의 언어 과감하게 차용

이외수가 하루에 세 번 올리는 멘션에 이렇게 형이상학적 이야기만 자랑하듯 늘어놓는다면 젊은 세대가 열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외수는 인간세상의 위선과 기만을 해학적으로 꼬집거나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을 단방에 해결해주는 기발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도 있다. 이럴 때 이외수는 청춘의 언어를 과감하게 차용한다.     
 
막배 끊어진 섬에 민박하면서 손만 잡고 자겠다는 오빠를 믿지 말라. 차라리 한밤중 트위터에서 그대 곁을 지켜주겠다는 꽃노털 옵파를 믿어라. 정신이 풍요로워지리라. 인생이 아름다워지리라.
 1:34 AM Aug 9th via twtkr

느티나무는 서른 살 정도면 수많은 벌레들과 새들과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러나 사람은 서른 살이 넘어도 셋방살이 면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이럴 때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다소 쪽팔린다. 어휴, 허세 한번 쩔지 않냐, 만물의 영장!  7:08 AM Sep 6th via twtkr
 
‘…오빠를 믿지 말라. …꽃노털 옵파를 믿어라…’. 포복절도, 그 자체다. 줄임말도 이쯤되면 앙증맞다. 이외수는 자신을 ‘꽃노털 옵파’라고 부르면서 여성들에게 ‘오빠들’의 거짓말에 넘어가지 말라고 훈계하고 있다. 자기가 뭔데, 성적자기결정권까지 간섭하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외수는 미스 강원 출신 여성과 결혼해 지금까지 해로하고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청년 이외수는 그 외모로 어떻게 미스 강원과 연애를 했을까? 말빨이 좋아서?

이외수의 저서 ‘하악 하악’에 보면 10대들의 용어가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쩐다’라는 동사가 대표적이다. ‘허세 한번 쩔지 않냐.’ 60대 중반의 할아버지 분위기 나는 사람이 이런 말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에서 10대들은 열광한다. 동년배의 다른 작가들은 이외수가 책 팔아먹으려고 언어파괴를 일삼는 10대들에 아부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특정 대상과 소통을 하려면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1차적 성공조건이라는 것을 이외수는 꿰뚫고 있는 것을. 이외수는 10대의 언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해 언어의 품격을 높인다. 아이돌 스타들은 이외수의 말을 방송에 나와 옮기고, 10대들은 이것을 다시 교실에서 전파시킨다.   
 
“가끔 삑사리 멘션도 있어요”

이외수가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고 해도 트위터에 올리는 모든 멘션이 대박 날 수만은 없다. 비록 140자에 불과하지만 140자 안에 메시지를 담으려고 머리를 얼마나 쥐어짤까. 쥐어짠다고 다 이바구(이야기의 방언)가 되는 멘션이 되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떤 멘션은 ‘이게 무슨 말이지? 도대체 메시지가 뭐야?’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많다. 이외수 본인도 어떤 멘션이 반응이 없었는지를 너무 잘 안다. 그런 멘션에 대해 이외수 왈(曰)-.
 
저는 하루에 세 건 이상의 멘션을 올립니다. 하지만 슈팅을 할 때마다 골인이 되는 축구선수가 있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집니다. 가끔 삑사리 멘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후반전에는 잘하겠지, 하고 눈감아 주시기 바랍니다(국민치킨 BBQ).  3:02 AM Aug 26th via twtkr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나오는데, 어떻게 이외수의 삑사리를 탓하리오. 이게 이외수의 매력이고, 10대들과 소통하는 이외수식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외수는 종종 멘션에서 BBQ를 홍보한다. BBQ 홍보를 위해 어떤 마케팅 전문가도 하기 어려운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다. 지난 9월 9일은 젊은층에서 통하는 닭 먹는 9·9데이. 젊은층의 최신 트렌드에 빠꼼한 이외수가 9·9데이를 놓칠 리 없다. 
 
오늘은 구구데이. 닭의 날입니다. 트위터러 여러분을 위해 즉흥 이벤트 한 가지를 펼치겠습니다. 오늘 이외수가 올린 각국의 닭에 대한 속담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기발하게 패러디해 주세요. 그러면 20분을 엄선, BBQ치킨을 배달해 드립니다.  10:00 PM Sep 9th via twtkr

저와 BBQ가 어떤 관계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군요. 제가 한 달에 4번 BBQ에 대해서 언급하면 BBQ에서 광고료 1000만원을 제게 지급합니다. 저는 그 돈을 가난한 농촌 청소년들에게 전액 기증합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삼 제발 그만 물으삼.  July 29th via twtkr

어제 양구군에 장학금 1000만원을 기증했습니다. 양구군의 캐치플레이즈는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집니다’입니다. 덕분에 제 나이는 54세가 되었습니다.(치킨의 지존 BBQ)  7:02 AM Aug 11th via twtkr
 
이외수는 베스트 멘션을 모아 단행본 ‘아불류 시불류’를 출간했다. 이건 완전 꿩 먹고 알 먹고, 또랑 치고 가재 잡고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 도리가 있나. 30만 팔로어를 돌파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은 멘션을 올렸다. 
 
팔로워가 30만을 돌파했군요. 걸판지게 번개 한번 때릴 생각인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진실하고도 영양가 높은 멘션을 많이 올릴 수 있도록 마음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