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명절엔 歸省? "우린 해외봉사 떠나요"

"자네는 이번 추석 때 안 내려온다고 부모님이 한마디 안 하시던가?"

"부모님은 그러려니 하시는데 올해는 아내와 아이들이 '또 외국 나가느냐고…' 그러네요."

지난 15일 해외 의료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장비를 챙기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눴다. 좋은 일 하러 떠나는 길이지만, 남들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을 포기해야 하기에 마음이 무겁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열면서 의료진 150여 명이 만든 한가족 의료봉사회는 국내 무의촌(無醫村) 지역 사람들과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다 2000년부터는 명절만 되면 해외로 의료봉사를 떠났다.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주로 방글라데시,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의 오지(奧地)를 찾는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만 골라 해외 봉사를 떠나는 이유는 이때가 아니면 각자 바쁜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8일부터 26일까지 추석연휴가 낀 8박 9일 동안 의료 봉사회원 34명은 인도 데칸고원의 오지 마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자발적인 봉사이다 보니 출장으로 처리되는 병원 차원의 의료 봉사와 달리 개인 휴가를 내고 가야 한다. 항공료 같은 경비도 개인 부담이다. 이번 인도 봉사에는 1인당 160만원씩 든다. 황금연휴 때만 골라 떠나니 항공권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매번 비싼 성수기 값을 치러야 한다. 봉사회 회장 신경외과 김은상(52) 교수는 "4년째 명절을 못 쇠어 가족들에게 미안한 게 사실이죠. 하지만 저희는 고생하러 가는 게 아니라 봉사의 기쁨을 누리러 가는 겁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