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주호 준위 딸
"아버지 없는 추석을 지낼 생각을 하니 몸서리가 쳐지네요."
16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해군아파트 앞에서 만난 고(故) 한주호 준위 딸 슬기(20)씨의 두 뺨에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한 준위가 세상을 떠난 지 5개월여가 흘렀지만 슬기씨는 아직도 '슬기야'라고 부르는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한 준위 없는 추석이 더 서글픈 것은 그동안 마음에 상처를 줬던 이웃들의 차가운 시선과 험담 때문이다. "(보상금으로) 수십억을 받았다더라"는 헛소문까지 돌아 한 준위 부인 김말순(56)씨는 한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슬기씨는 "오빠가 전역하고 이달 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해 엄마가 오빠에게 음식 만들어주신다고 오랜만에 동네 마트에 갔더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남편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팔자 좋게 마트나 다니느냐'며 수군댔다"며 "너무 속상해서 내가 아주머니들한테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 없는 버릇없는 딸이라고 욕할까 봐 속앓이만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준위 부인 김씨는 아직도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했다. 김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없는데 억만금을 받으면 무슨 소용이냐"며 "찢어질 듯 아픈 마음 겨우 추스르고 살아보려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안아주지는 못할망정 상처만 준다"고 목 놓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