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양동근, "여배우 복? 진짜 사귀어 봤으면..."

　▶캐릭터 재창조 '양작가'로 거듭났죠

"태희가 연기한 주희는 원래 무거운 캐릭터였어요. 우석도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고요. 하지만 저는 재미있는 애정라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양동근은 남의 옷을 억지로 입는 대신 자신에게 맞게 새롭게 리폼했다. 대사와 제스처가 애드리브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천연덕스럽다. "오버스럽더라도 쇼를 하기로 작정하고 연기했어요. 지금의 우석은 제가 90% 이상 새로 창조한 거나 다름없어요."

매 장면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양동근은 '양작가'로 거듭났다. "우석이 떠나기 전 주희를 '무패 제왕' 말에 태우고 네잎 클로버 목걸이를 걸어주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두 개의 신을 합쳐서 새로 쓴 거예요. 그 후로 제가 스태프들 사이에 '양작가'가 됐죠."

원래대로 이준기가 영화 '그랑프리'에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두 주연배우의 미모대결'로 기사 타이틀이 나오지 않았을까? 대답 대신 "원래 멜로의 공식은 미녀와 야수"라며 의기양양해하던 양동근. 김태희와 정말 잘 어울린다는 말에 이내 소년처럼 수줍게 웃었다. '그랑프리'의 천재 기수 우석으로 돌아온 양동근을 만났다.

촬영 끝나면 곧장 귀가…여배우들과 친분 못가져

남자배우는 서른다섯살부터…나이 먹는 게 좋아

　▶여배우 복? 저도 좀 사귀어봤으면 좋겠어요

이나영, 한채영, 한가인에 이어 이번엔 김태희까지, 유난히 여배우 복이 많다. "사람들이 부럽다고들 하는데, 제가 실제로 사귄 것도 아니고... 저도 그분들 좀 사귀어봤으면 좋겠네요. 하하."

양동근은 작품 밖에서 동료배우들과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인지 촬영이 끝나면 각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게 익숙하다고. "20대 때는 거의 일만 해서 외로울 틈이 없었어요. 간혹 공허함을 느낄 때면 신앙으로 해소했죠."

그래도 만인의 연인 김태희인데, 함께 연기한 느낌은 어떨까? "캐릭터가 많이 수정되서, 태희가 힘들었을 거예요. 갑자기 저처럼 오버도 해야 하고. 그런데도 서로 정말 잘 맞았어요. 즐거운 촬영이었습니다."

　▶배우로 나이 들어가는 게 좋아요

올해로 32살. 20대 청춘의 마지막을 군대에서 흘려보낸 억울함이나 아쉬움은 없을까? "음, 시사회때 보니까 머리가.... 슬프지만 어쩌겠어요. 그래, 나도 이제 탈모 증상으로 고민할 때가 됐구나 하고 받아들였죠." 양동근은 나이 드는 게 정말 좋단다. "20대에는 세상을 잘 몰라서 주눅들어 있었어요. 서른살이 넘어가면서 책임감도 배우고 인생의 주도권을 스스로 잡게 되니까 한결 편안해요." 그래서 그는 원하는 걸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던 이번 영화가 너무나 만족스럽다. "남자배우는 서른다섯살부터라던데, 배우로서 나이 먹는다는 것은 너무나 필요한 일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어가는 느낌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