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국인들의 '문화 사랑방' 되겠다"

지난달 29일 일요일 저녁,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위치한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의 자택에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맨발에 현대식 한복을 입은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정열적인 연주로 50여 명의 '청중'을 사로잡았다. 약 30분간 진행된 이날 콘서트에서 박씨는 '카르멘', '치고이네르바이젠'을 비롯한 유명 클래식 외에도 '고향의 봄' 등의 한국 가곡을 연주, 큰 박수를 받았다.

박씨는 이날 앙코르곡을 연주하기에 앞서 "음악가는 청중이 많을 때 힘이 나는데 신발이 현관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사람을 초청하고, 연주 기회를 마련해 주신 김 전 의원님 부부께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씨의 연주에 앞서 이날 김 전 의원 자택의 지하층에서는 한덕수 주미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의 박윤식 대표와 황원균 북버지니아 한인회장 등이 모여 한·미(韓美)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시키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김 전 의원의 3층짜리 자택이 재미(在美) 교포들과 워싱턴 DC 지역을 방문하는 이들의 '문화 사랑방'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0명 이상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도록 자택의 지하층과 1층 거실을 대폭 확대하는 공사를 한 후, 문화·예술·학술·정치 관련 모임을 잇달아 열고 있다.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한국계 '수지 김'을 기리는 추모 음악회가 매년 케네디 센터에서 열리기 전에 공개 리허설을 그의 자택에서 주최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방송인 한성주씨의 '꿈에 투자하라' 출판 기념회가 열리기도 했다.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된 한국 학생 70여 명을 초청, 음식 대접을 하며 김 전 의원이 즉석 강연을 한 적도 있다.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마크 김에 대한 후원회가 열린 것도 여기였다. 또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강석희 시장 후원 모임도 개최됐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참 많다"며 "힘이 닿는 대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을 개방해서 한·미 양국의 문화·예술·정치인들을 후원하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이 이렇게 그의 자택을 '사랑방'으로 만드는 데는 그의 부인 제니퍼 안씨의 도움이 컸다. 홍보전문회사 IMS를 운영하는 안씨는 손님 초청,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하고 있다. 가수 조용필씨의 처제이기도 한 안씨는 "숨진 언니(안진현씨)가 생전에 자택으로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