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영웅본색 리메이크작 '무적자'… 형제의 애증 어디가고 화보 같은 총격전만…

'파이란'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송해성 감독을 기대하고 '무적자'(16일 개봉)를 선택한다면 적잖이 실망할 것이다.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에서 송해성의 유려한 드라마는 종적을 감췄다. 이 영화는 멋진 남자 네 명의 스틸 사진 전시회를 본 듯한 느낌을 남긴다. 그것만으로도 족할 관객이라면 볼 만하다.

탈북자 출신 김혁(주진모)은 역시 북한 출신 영춘(송승헌)과 함께 무기 밀매조직을 이끈다. 김혁의 동생 김철도 뒤늦게 탈북해 한국에서 경찰로 성장한다. 동생은 가족을 버리고 혼자 탈출한 형을 증오하고, 형은 범죄에서 손을 씻고 동생의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영춘의 부하 태민(조한선)의 배신과 도발을 보다 못한 김혁은 마지막 전쟁을 준비하고, 동생은 그런 형을 검거하러 나선다.

이런 줄거리라면 리메이크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형제의 애증은 오로지 '형이 가족을 버리고 탈출했기 때문'이란 내용의 대사로 서둘러 매듭된다. 길고 특징 없는 총격전과 남자들의 거친 표정들만 계속 교차되니 이 영화의 인상은 머리에만 남고 가슴으로 전이되지 못한다.

김강우의 연기가 무척 좋다. 원작의 주윤발 역할을 맡은 송승헌도 꽃미남 이미지를 벗었다. 악당 연기를 하기에 주진모의 눈은 너무 선하다. 조한선도 연기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했다.

송해성 감독 어깨를 짓누른 것이 무엇인지 못내 궁금하다. 총격전을 절반으로 줄이고 드라마를 늘렸더라면 제작사도 관객도 즐거웠을 것이다. 기관총을 그렇게 쏴대는데 경찰도 없고 놀라는 사람도 없는 것, 한국영화 총격전의 고질적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