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의자 하나, 탄소 섬유의 매력을 뿜어내다

서울 광화문 'C스퀘어'에 거인(巨人) 소녀가 출현했다. 엄지·검지손가락으로 의자 하나를 가볍게 들어올린 소녀. 사람 얼굴보다 커다란 눈동자가 번득이며 의자를 응시한다. 대체 어떤 의자이기에 거인도 가던 길을 멈추고 눈길을 주는 걸까.

C스퀘어 건물 1층에 있는 인터뷰 갤러리 '원(one)'은 이번엔 대구경북디자인센터(DGDC)와 함께 최첨단 소재인 탄소섬유(carbon fabric)의 매력을 관객에게 소개한다.

탄소섬유는 같은 크기 알루미늄 무게의 4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가볍지만, 그 강도는 철보다 10배가량 높은 신(新)소재다. 자동차 부품·여행용 수트케이스·로봇 몸체 등에도 쓰이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손으로 섬유를 짜서 모양을 만들고 이를 굳히면 어떤 금속보다 단단한 소재가 된다.

신태호(30)와 신인디자이너 지원 프로그램 '코리아디자인멤버십(Korea De sign Membership)' 소속 대학생 6명(고진권·김지연·송경은·이호영·최정주·최혜령)은 이 같은 탄소섬유의 매력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며칠씩 밤샘회의를 했다.

이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이렇다. 먼저 작은 의자 하나를 허공에 매달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의자를 만들 때는 나무를 깎아 만든 뼈대 위에 마치 피부를 덮듯 탄소섬유 좌판(坐板)을 가볍게 얹자고 했다. 신태호씨는 "탄소섬유의 매력은 다른 소재로 만든 뼈대와 결합해도 자연스러운 완성품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가볍고 단단하다는 데 있다"며 "휴대전화 스킨(skin)에도 사용되는 만큼 피부 같은 소재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Bone×Skin'. 뼈대와 피부가 맞붙어 사람 몸을 만들 듯, 탄소섬유도 나무나 철로 된 뼈대에 붙어 새로운 구조물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심 끝에 완성한 반짝반짝 광이 나는 새까만 탄소섬유 의자. 이를 투명한 실로 허공에 매달고 나니 이번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의자를 좀 더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생각해낸 게 거대한 사람이다. 함께 작업한 8명 중 최혜령(22)씨의 눈동자와, 최정주(27)씨의 손가락을 사진으로 찍어 대형으로 인쇄했다. 세밀하게 각도를 조절해 사진을 벽에 붙이니, 의자는 영락없이 거인 소녀가 손가락으로 집어 올린 장난감처럼 보인다. 보는 순간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신태호씨는 "마치 실험실에서 소녀가 작은 부품을 집어드는 모습처럼 보이길 바라는 마음으로도 작업했다"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또 다른 연작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문의 (02)724-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