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식의 시네마 오디세이] '무적자' : 원작의 감동은 없었다

'무적자'(감독 송해성)는 80년대 홍콩 액션, 느와르의 대표작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영웅본색'은 범죄조직에 몸 담고 있는 형 자호, 경찰관인 동생 자걸, 자호의 후배 소마를 중심으로 사나이들의 뜨거운 의리와 형제애를 그린 걸작이다. 주윤발, 장국영은 이 영화로 홍콩 느와르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오우삼 감독도 3편까지 메가폰을 잡으며 할리우드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오우삼은 '무적자'의 제작자로 참여,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기본 컨셉트를 그대로 가져온다. 우선 인물이 같다. 무기 밀매상인 형 김혁(주진모)과 후배 이영춘(송승헌), 경찰관인 김혁의 동생 철(김강우), 김혁과 이영춘을 배반하고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 태민(조한선)이 주인공이다.

스토리도 거의 그대로다. 김혁은 3년간 복역한 후 무기밀매에서 손을 씻으려 하고, 이영춘은 김혁의 복수를 하려다가 다리를 다친 후 세차장에서 일한다. 김철은 어머니와 자신을 배반한 형을 붙잡아 응징하겠다는 일념으로 경찰관이 되어 조폭을 쫓는다. 태민은 러시아 조직과의 큰 거래를 앞두고 김철과 이영춘을 끌어들이려 음모를 꾸민다.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인물, 갈등 구조, 구성, 결말을 그대로 가져온다.

그러나 아쉽게도, 원작의 가슴 먹먹한 감동은 전해지지 않는다. 설계도는 그대로 따라 그렸지만, 내면까지 소화하지는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의 작품이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엔딩의 총격전이다. 그런데 총알이 날아다니는 선착장에서 김혁, 김철 형제가 두 손을 맞잡는 장면은 느닷없다. 가장 큰 이유는, 인물의 갈등이 단선적으로 그려진 탓이다. 김혁은 가족을 배반했다는 죄의식으로 동생에게 줄곧 쩔쩔 매고, 동생 철은 형에 대한 복수만을 외쳐댄다. 과정은 없고 죽도록 미워하는 감정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지막 총격 장면에서 화해한다. 이 과정에서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느끼기는 어렵다. 사건들이 징검다리처럼 나열돼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세 명의 인물이 탈북자라는 점이다. 탈북자 형제의 갈등이라는 설정은 꽤 흥미롭다. 시대 상황까지 담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왜 탈북자여야 하는지, 그래서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연기는 몰입을 방해한다. '영웅본색'의 대표 장면 중 하나는 주윤발이 위조지폐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신이다. 천민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 사나이들의 우정, 형제애를 뛰어넘는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적자'에는, 탈북자 세 명이 주인공인데도, 그런 고민이 없다. 시대 현실에 대한 성찰은 찾기 힘들다. 대신 꽃미남 배우들의 스타일리시한 외모만 화면에 가득하다. 배우들의 멋진 모습을 담는 것보다 드라마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았을까. 배우들의 어긋난 연기 호흡도 거슬리는 부분이다. 리메이크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원작의 명성과 권위, 완성도를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차별화된 무엇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관객들이 원작과 비교해서 본다는 중압감도 견뎌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무적자'는 리메이크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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