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감독님! 지금 저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하실 말씀 있으면 문자로 남겨주세요. 네? 어제 시사회 반응 좋았다고요?" 인터뷰 도중 육상효 감독의 전화를 받은 김인권은 들떠있었다. 난생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방가?방가!'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추석 대작들 틈에서 숨쉬기도 힘들어 보였던 영화였다. 그런데 시사회에서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김인권의 코믹 플러스 감동 연기에 관객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30일 개봉을 앞두고 '가슴 두근거리는 남자' 김인권을 남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 외모 때문에 주연이 된 것 같아요.
김인권은 지극히 한국적인, 아시아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영화는 주인공 방태식이 동남아스러운(?) 외모 때문에 취직에 어려움을 겪다가 아예 부탄인 '방가'로 국적 변신을 하며 겪게 되는 코믹스토리를 담았다. 껄렁껄렁한 모습으로 '해운대'를 배회하던 날건달 오동춘 역으로 확실한 명품 조연의 위치를 굳힌 김인권에게 이 영화는 필연이었던 듯하다. "약간 모험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과감하게 저로 결정을 해주셨어요." 탁월한 연기력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에 김인권은 "글쎄요. 외모 때문인 것 같은데요. 부탄사람은 실제로 한국사람과 많이 닮았어요"라고 답하며 웃었다. 그 웃음 속에서 배우로서의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 것은 물론이었다.
▶동네 분들이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세요.
'박하사탕' '아나키스트' '조폭마누라' '말죽거리 잔혹사' 등에서 조연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해운대'에서 비로소 온 국민이 그를 알게 됐다. 김인권을 백수 가장인 줄로만 알았던 동네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저 아빠는 왜 일도 안 하고 집에만 있지?' 이러던 동네 분들이 지금은 '잘됐다'며 박수 쳐 주세요." 집 냉장고는 동네 아줌마들이 갖다 준 반찬들로 가득 찼다. 아내는 밥만 하면 되는 분위기다. "저희 집이 터미널이에요. 엄마들끼리 친해서 한 집에 애들 풀어놓고 공동육아를 해요."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대학 동기인 아내와의 사이엔 두 명의 딸이 있다. 그리고 지금 셋째 아이가 아내의 뱃속에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선생님 같은 연륜이 생겼을 때...
김인권은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2002년 졸업작품으로 만든 영화 '쉬브스키'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어 소개되기도 했다. 연출에 대한 욕심이 분명히 있을 터였다. "주변에서 자꾸 하라고 합니다. 윤제균 감독님은 '내 후년 안에 반드시 입봉을 하자'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인권은 아직 연기를 하고 싶다. 배우활동 자체가 연출부 생활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배우로서 시작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선생님 같은 연륜이 생긴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