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제주를 위해" 큰돈 척척 기부행렬

이시향(74) 전(前) 재일민단 도쿄본부 단장이 지난 20일 제주대를 방문, 허향진 총장에게 대학발전기금 8억원을 기부했다. 그는 1937년 제주도 한경면 출신으로, 제주상고에 다니다가 일본에 갔다. 현재 도쿄에서 ㈜월드상사 및 ㈜다카라흥업 대표를 맡는 등 제주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대표적 인물이다. 제주대 명예 경영학 박사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엔 제주 출신 재일교포 사업가인 김창인(81)씨가 제주대에 현금 100억원을 쾌척했다. 그는 재작년에도 35억원을 기부했었다.

재일동포 이외에도 제주와 인연 있는 인사들의 제주대 기부도 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광주광역시와 전남 수의사협회장을 지낸 제주 출신 김두림(85)씨가 시가 250억~300억원의 목장부지를 기부했다. 또 제주대에서 영어강사를 지낸 ㈜제주김녕미로공원 설립자 프레드릭 더스틴(80)씨는 2003년 3000만원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3억7900만원에 이르는 기부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제주대는 1991년부터 대학발전기금 조성에 나섰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가 2005년 취임한 고충석 전 총장이 적극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특히 제주출신 재일동포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20차례 넘게 일본을 찾아가 모금활동을 벌였고, 요즘은 후임 허향진 총장이 그 바통을 이었다. 제주대 발전기금은 현재 719억원으로 불었다. 이 가운데 재일동포의 기부가 150억원이 넘는다.

현재 재일동포 60만명 가운데 제주 출신은 12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일제강점기에 끌려갔거나, 1948년 4·3사건을 전후해 경제적·이념적 이유로 떠난 사람들이다. 허 총장은 "어렵사리 일본에 간 제주 출신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하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과 못다 한 학업에 대한 열정을 기부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대는 이들의 공을 기려 지난 6월 캠퍼스 안에 재일본제주인센터를 착공했다. 제주인의 일본이민·개척 사료를 전시·연구하고, 재일본 3·4세대에게 우리말과 문화, 제주향토사를 가르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