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라운지] "아내 칭찬받으려 더 열심히 했습니더"

"누가 그캅니꺼? 그런 이상한 전망엔 관심 없습니더. 무조건 우승입니더. 우승!"

프로야구 롯데의 거포 이대호(28)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만 통과해도 다행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다'는 도발적인 질문을 하자 터져 나온 대답이었다.

롯데는 재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3연패를 당했고, 지난해 두산을 상대로도 먼저 1승을 거둔 뒤 내리 3게임을 내줬다. 하지만 이대호는 올해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지난 2년간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지만 이번엔 선수들의 '내공'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롯데의 포스트 시즌 성적에 달린 제리 로이스터(58) 감독의 재계약 여부도 선수들을 더 뭉치게 한다고 했다. 이대호는 "공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감독님과 선수들이 워낙 잘 맞는다"며 "포스트 시즌에서도 롯데의 막강한 공격력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번 시즌 팀타율(0.288)·홈런(185개)·득점(773점)에서 다른 팀들을 압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4번 타자 이대호가 있었다.

이번 시즌 이대호는 프로야구 최초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홈런(44개)·안타(174개)·타율(0.364)·타점(133점)·득점(99점)·출루율(0.444)·장타율(0.667)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위였다. "홈런과 타점에서 4번 타자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이대호에게 득점 부문 1위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기록이었다. 이대호는 "발도 느리고, 주루 플레이가 좋은 것도 아닌데 팀 동료들이 앞·뒤에서 도와줘서 7관왕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 신혜정(28)씨에게도 공(功)을 돌렸다. 아내 신씨는 시즌 내내 각종 보양식을 챙겨주는 등 이대호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 만에 40홈런을 넘길 수 있도록 '일등 내조'를 펼쳤다. 이대호는 "와이프한테 칭찬받으려고 열심히 했다"며 "내가 잘한 날은 집에서 TV 하이라이트를 함께 보며 예쁨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내가 못하면 아내는 밤에 절대 TV를 안 켠다"고 했다.

아내 외에도 이대호에겐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더 있다. 아버지를 세 살 때 여의고 재가(再嫁)한 어머니와도 헤어졌던 어린 시절 이대호를 키워준 할머니였다. 이대호는 "내가 경남고 2학년 때 하늘나라로 떠나신 할머니께 '손자가 타격 7관왕 차지했다'고 알려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포스트 시즌에서 못하면 개인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포스트 시즌, 특히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뜻이었다. 이대호는 2001년 프로야구에 데뷔하고 아직 우승을 해본 적이 없다.

지난 19일 한화전에서 다쳐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오른쪽 발목도 큰 문제는 아니다. 지난 26일에야 훈련을 시작한 이대호는 "몸은 100%가 아니지만 정신력으로 해낼 수 있다"며 "해외 진출에도 아무 관심이 없다. 오로지 포스트 시즌"이라고 했다.

그런 이대호도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엔 설렌다고 했다.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함께 일궜던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김태균(지바 롯데 마린스) 등 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과 다시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신수나 다른 후배들이 군대 혜택을 받아 야구에 더 매진할 수 있도록 제가 돕고 싶어요. 베이징올림픽에서 이승엽 선배한테 입은 은혜를 갚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