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찌든 아이들, 이곳에선 밝아집니다"

지난 26일 오후 2시 충북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폐교(廢校)의 한 교실에서 초·중학생 13명이 둥그렇게 놓인 북들 앞에 둘러섰다. 교단에 선 신구철(44·서울 선유중) 교사가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라고 선창하자, 학생들이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라고 외치며 북을 쳤다. 박기혜(11)양은 "이렇게 북을 두드리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다"며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신씨는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북을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대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과학교사인 신씨가 지난해 4월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부인 김지향(45·대전 둔원초)씨와 만든 '지구 평화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자기관리 컨설팅' 학교다. 학교 이름 앞의 지구는 부인 이름 지향의 '지'와 자기 이름 구철의 '구'를 따서 지은 것이다. 신씨는 "20년 교사생활 하면서 학생들이 친구들을 헐뜯고 따돌리며 때리는 폭력적인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은 지식만을 주입하는 교육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고향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자기 능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