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박정환, 對中 설욕전 선봉에

세계 프로바둑은 한국·중국·일본·대만 4개국의 치열한 경연장이다. '현재' 못지않게 '미래'의 판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탄생한 대회가 '국제 신예대항전'이었다. 이들 4국은 제각기 20세 전후의 최정예 프로들을 엄선, 해마다 한자리에 모여 미래 판도를 점검해오고 있다.

97년 한·중 대항전으로 시작돼 2000년부터 일본이, 2004년부터는 대만이 가세했다. 14회째를 맞는 올해는 처음 대만이 대회를 유치, 내달 3일부터 6일까지 타이베이시에서 열린다. 정치적 파장 가능성을 피해 금년엔 서울, 항저우(杭州), 도쿄, 타이베이(臺北)의 도시대항전 형식으로 치러질 예정.

역대 전적 표에서 보듯 한·중 양국은 지금까지 한 치 양보 없는 전면전을 펼쳐왔다, 한국이 7회 우승으로 중국(6회)보다 한 발 앞서 있지만 작년엔 중국이 패권을 가져갔다. 올해 출전기사 명단만 봐도 최강팀으로 꾸리기 위해 양국이 얼마나 고심했는지 짐작이 간다.

한국이 주장으로 내세운 선수는 박정환(17) 八단. 두 말이 필요 없는 미래 한국 바둑의 대들보다. 원익배와 천원 등을 보유 중인 현역 2관왕이며 국내 랭킹 4위에 올랐다. 박정환보다 네 살이 더 많은 김지석(21·한국 9위) 七단이 2장을 맡았다.

그 뒤로 강유택(19·14위) 三단, 진시영(21·24위) 四단, 이태현(20·38위) 三단이 3~5장에 배치됐다. 아시안게임 여자 대표선수인 이슬아(19) 초단, 국내 남녀 최연소 기사인 나현(15) 최정(14) 초단도 선수단에 포함돼 칼날을 벼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박정환과 맞설 중국 팀 주장에 천야오예(21·陳耀燁) 九단이 뽑혔다는 점. 천야오예 역시 중국 천원 타이틀을 갖고 있고 랭킹도 박정환과 똑같은 자국 4위다. 둘은 지난 7월 한·중 천원전서 격돌, 박정환이 2대1로 역전승하면서 통산 상대 전적도 2승4패(박정환 기준)로 좁혀졌다.

천야오예는 17세6개월 때 九단에 올라 세계 최연소 입신(入神) 기록을 갖고 있다. 박정환은 현재 17세8개월. 천야오예의 기록을 경신하려던 꿈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최단기간 입신 부문은 세계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둘이 모든 면에서 비교되는 호적수란 뜻.

중국 2~6장엔 리저(李喆·21·중국 12위), 구링이(古靈益·19·8위), 스위에(時越·19·15위), 왕타오(汪濤·20·74위), 이엔후완(嚴歡·19·79위)등이 포진했다. 조선족 여성 기사인 쑹룽후이(宋容慧·18)는 한국 이슬아와 아시안게임 전초전를 갖게 됐고, 최정의 파트너로는 왕천싱(王晨星·19)이 결정됐다.

일본과 대만의 3위 쟁탈전도 흥미롭다. 대만은 2004년 첫 출전 이후 5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다 지난해 일본을 5대3으로 꺾고 처음 3위에 올랐다. 대만은 한국기원서 입단했던 일인자 천스위안(陳詩淵·25) 六단을,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맹활약 중인 안자이(安齋伸彰·25) 六단을 각각 주장에 선임했다.

순위는 팀 리그 성적으로 가리되 동률일 경우 전체 승수를 따진다. 4개 팀 출전선수 8명은 각각 순번이 미리 정해져 있고 다른 팀의 같은 순번 선수하고만 대결한다. 모든 출전기사들이 3국씩 소화하는 셈. 한국의 3장 강유택은 2년 연속 3전 전승을 기록 중이며, 중국의 천야오예·리저·쑹룽후이 등도 지난해 3판을 모두 이겼다.

'병아리 때 쫓기면 장닭이 돼서도 쫓긴다'는 속담이 있다. 4국이 모두 성인 국가대표급으로 무장한 의미가 짐작되고도 남는다. 원년부터 이 대회를 이끌어온 한국 감독 허장회 九단은 "올해도 우승은 결국 한·중전에서 가려질 것"이라며 "지난해 빼앗긴 패권을 반드시 찾아오겠다"고 다짐했다. 1인당 2시간30분에 초읽기 5회로 진행되며 덤은 6집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