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의 여자축구 사랑

지난 26일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이소담, 앞서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주수진은 모두 현대정보과학고 소속이다. 현대정과고는 이번 대표팀(21명)에 6명의 선수를 보내 한국이 세계 정상에 서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지난 7월 월드컵 4강에 오른 20세 이하 여자 대표팀엔 골키퍼 문소리 등 3명이 울산과학대 소속이었고, 인천 현대제철의 정혜인도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현대정과고―울산과학대―인천 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여자 축구의 중심축은 모두 '현대가(家)'가 만들어 키워낸 팀이다.

한국 여자 축구가 짧은 역사와 취약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엔 현대와 정몽준 FIFA 부회장의 관심과 투자가 밑거름이 됐다. 정 부회장은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이던 199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맡으면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여자 축구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당시 현대학원 사무국장으로 정 부회장을 보좌했던 권오갑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은 "정 부회장이 '한국 축구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빨리 세계 무대 꼭대기에 설 수 있다. 15~20년이면 세계 강호들과 대등해질 것'이라며 중·고등학교 여자 축구팀 창단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선수들의 진학과 취업을 위해 1993년 울산 청운중을 시작으로 현대정과고, 울산과학대, 실업팀인 인천 현대제철을 잇따라 창단했다. 창단비용은 물론 팀 운영비 전액을 지원하며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정 부회장은 또 여자 축구를 전국체전 정식 종목에 넣는 데 필요한 등록 팀 수를 채우려고 지금은 해체된 서울 현대고 여자 축구팀을 창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