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국민 棋士

〈제1보〉(1~14)=이창호는 앞으로 꼭 한 달 뒤(10월 28일)면 신랑이 된다. 그러나 결혼식에 앞서 미리 대국 일정을 조절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는 모양이다. 어차피 프로기사란 운동선수들과도 달라서 오프시즌조차 따로 없는 '전천후 직업'이다. 석 달 전 택일(擇日)할 때도 '대국이 없는 날'이 최우선 기준이었다고 한다. 35세 '국민 기사'도 지금쯤 혼자 가슴 설레며 카운트 다운을 시작했을까.

1, 3, 5는 이른바 고바야시(小林光一)류. 80~90년대 조치훈과 쌍벽을 이루던 고바야시 고이치(58)가 이 포진으로 좋은 성적을 올려 그런 이름이 붙었었다. 한국에서도 조훈현·이창호의 사제 도전기에서 무수히 등장했다. 7로 여유 있게 걸쳐간 것은 하변에 미리 놓여진 백6을 의식한 것. 10까지는 군더더기 없는 교과서적 진행이다.

11이 뜻밖의 한 수. 보통은 참고도 1로 아래쪽에서 뛴 뒤 6까지가 정형(定型)으로 돼 있다. 백12를 기다려 13의 요처를 차지해 만족이라고 본 것. 물론 평소 연구를 통해 나름대로 얻어낸 결론임이 분명하다. 하변이 첫 전장이 되는가 보다 하는 순간 이창호는 가볍게 손을 빼 14로 빈 귀부터 걸쳐간다. 우상귀를 받을까, 한 발 먼저 하변 개척이 우선일까. 흑의 선택이 주목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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