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시도 입은 남자들의 몸짓… 백령도가 들썩였다

27일 저녁 7시 서해 백령도 해병대 6여단 안의 공연장 흑룡관. 사자모양 머리에 검정 턱시도를 입은 30~40대 남성 중창단 13명이 가수 장윤정의 노래 '어머나'를 부르며 율동을 펼쳤다.

강성구(40·테너)씨 등이 무대 앞으로 나와 두 손으로 하트를 그리고 관객에게 손가락 권총을 날렸다. 선글라스를 쓰고 종횡무진 폴짝폴짝 뛰기도 했다. 장병과 주민 800여명은 기립박수를 보내며 "오빠~!" "브라보~!"를 외쳤다.

이들은 소외층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 2007년 결성된 남성 중창단 '보헤미안 싱어즈'다. 전원이 이탈리아 베르디국립음악원이나 영국 왕립음악원 등에서 공부한 성악가이고, 서울대·연세대 등에 출강도 한다.

공연은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긴장된 나날을 보내는 해병대 장병과 주민을 위로하려고 마련됐다. 중창단을 지도하는 중앙대 신동호(53) 교수가 해병대에 제안해 이뤄졌다. 천안함을 끌어올릴 장비를 투입한 대우조선해양과 이봉훈 후원회장(노바트로닉스 대표) 등이 "그렇지 않아도 천안함 사태 후로 백령도 사람들이 걱정됐다"며 선뜻 후원했다. 6여단은 천안함 사태 때 중환자를 백령도로 옮기거나 응급처치하고, 부유물 수색임무에도 투입된 부대다.

6여단 조동택(49) 참모장은 "북한이 언제 다시 공격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큰데, 위문공연 덕에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김영주 상병은 "입대 전 가졌던 성악가의 꿈이 더 커졌다"며 "나도 제대하면 어려운 이들을 찾아 노래해야겠다는 마음이 굳어졌다"고 했다. 주민 홍순녀(80)씨는 "백령도에서 60년을 살면서 이렇게 즐거운 공연은 처음"이라고 했다.

'보헤미안 싱어즈'는 지난달 뉴욕 링컨센터에서 6·25 60주년 기념공연을 펼치는 등 올해만 국내외에서 80차례나 공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