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향 "시련 닥쳐도 내 노래는 멈추지 않으리"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거리…."

며칠 전 서울 내발산동 웰튼병원에서 가요 '홍콩아가씨'가 흘러나왔다. 1950년대 가요 '홍콩아가씨'와 '님 계신 전선' 등을 부른 원로가수 금사향(琴絲響·81)씨가 여전히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뽐냈고, 후배 가수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췄다. 병실은 이내 원로급 선후배 가수들의 작은 연습장이 됐다.

금씨는 무릎 연골이 닳고 다리가 휘어 5년이나 걷지 못했다. 지난 15일 인공관절을 심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다음 날부터 바퀴 달린 보조기구를 잡고 한 걸음씩 애써 내디뎠다.

"옛날처럼 반짝이는 하이힐 신고 무대에 서서 홍콩아가씨를 부르는 게 꿈이야."

1946년 데뷔한 금씨는 한국 가수 최초로 하이힐을 신은 멋쟁이다. 고무신이 대부분이던 당시에 10㎝ 높이 하이힐은 파격이었다.

금씨는 "비단 한복에 하이힐 신으면 다들 앙증맞다고 부러워했다"며 웃었다. 6·25 전쟁 때도 하이힐을 신고 군부대 위문공연을 다녔다. 한복 소매춤에 품고 다니던 태극기는 그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54)씨는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을 직접 만드셨던 분"이라며 "그 당시에도 머리카락을 잘라 직접 만든 속눈썹을 붙이고 다니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