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보다 끈기 우선… 얼굴만 봐도 感 와요"

"제자들 가운데는 저보다 기량이 뛰어난 이들도 있습니다. 가르치는 게 본업인 선생이라 연습량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음악은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것이 달라집니다."

10월 4일 독주회를 앞둔 김남윤(61)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그에게 늘 따라붙는 '한국 바이올린의 대모(代母)'라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대모'라는 표현이 주는 부담이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지연·이경선·김현아·백주영부터 권혁주, 신아라·현수 자매, 강주미, 장유진 등 최근 세계 콩쿠르를 휩쓴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까지 모두 그의 제자들이고 보면, 그는 원하든 원치 않든 '대모'라는 호칭을 안고 살아야 할 운명이다.

'최고의 바이올린 선생'으로 꼽히는 김 교수는 "이젠 학생의 얼굴만 보면 어떨 것이라는 감(感)이 온다"고 했다. 그가 우선시하는 제자의 첫 번째 조건은 '끈기'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많아요. 하지만 끈기가 없으면, 반짝 하다가 말지요." 10대에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연주자야말로 기다리는 것은 슬럼프밖에 없으므로 가장 불행하다고도 했다.

연주회 직전에는 신경이 곤두서 밥을 먹지 않거나, 까다로워지는 연주자들도 많다. 김 교수는 "예전엔 주변부터 깨끗하게 청소해야 리사이틀 연습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도 다 없어졌다"고 했다. 연주회를 준비하는 후배나 제자에게도 "별나게 굴지 말고, 일상처럼 하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김 교수가 연주할 작품은 만만치 않다.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듀오 콘체르탄테',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 다소 낯설면서도 연주가 까다로운 작품들이다. 김 교수는 "수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했지만 항상 새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스트라빈스키는 40년 전 줄리아드 재학 시절 배웠는데 워낙 어려워서 미련이 남았다"면서 "이번에 할 수 있는 만큼 잘 연주해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