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서 女대통령役 고현정… "미실처럼 이번에도 눈썹 치켜뜹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우리 머릿속에 '여장부'로 각인돼버렸다. 지난해 야심 찬 여성 정치가 '미실'(MBC '선덕여왕') 역으로 널리 사랑받았던 배우 고현정(39)이다. 이번엔 '최초의 여성 대통령' 서혜림 역을 맡았다. 오는 10월 6일 첫 방송 되는 SBS TV 수목드라마 '대물'에서다.

그는 2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물'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가능을 가능하게 꿈꾼다는 점에서 혜림이 얼핏 미실과 비슷하지만, 그보단 평범한 이웃이었던 한 아줌마가 어떻게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는지가 핵심"이라며 "정치인이지만 자유롭게 울고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대물'에서 고현정은 평범한 방송국 아나운서가 불의의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뒤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대권을 거머쥐는 과정을 연기한다. 대통령이 된 뒤엔 탄핵 등 정적(政敵)들의 모략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질 예정이다. 그의 곁은 '시골 양아치 출신'의 검사 하도야(권상우)가 지키고, 3선 국회의원이자 유력 대권주자인 강태산(차인표)은 그와 끝없이 대립한다.

극 중에서 서혜림은 늘 소시민적인 분노로 똘똘 뭉쳐 있다.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동그랗게 뜨는 고현정 특유의 연기가 '대물'에서도 주를 이룬다. 고현정은 "또 제가 드라마에서 자꾸 눈썹을 위로 치켜뜨는 것 같아 걱정된다"면서도 "시청자들이 평소 정치에 대해 생각했던, 하지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답답한 마음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모두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한때 '청순한 아름다움'의 대명사였던 그다. 연기 복귀 직후 드라마·예능을 통해 당당한 푼수 캐릭터로 자리 잡은 지금, 그녀는 "현재가 훨씬 자연스럽고 편하다"고 했다. "눈물 그렁그렁 하는 것, 젊은 날 실컷 해봤어요. 그래서 그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아요. 나이 마흔에 '나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건 민폐죠. 시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짓궂은 질문도 천연덕스럽게 받아치기 일쑤다. '이번엔 상대역이 다 유부남인데 결혼하자고 할 대상이 없어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에 "(유부남 여부) 안 가린다"는 답이 바로 나왔다. "느낌이 오면 항상 가능성은 있는 거니까요. (권상우·차인표씨) 긴장들 하셔야 할 거예요. 빈틈이 보이면 바로 공략 들어가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역시, "지금 내 나이는 즐길 시기"이기 때문이다.

늘 사랑받는 연기자였던 덕에 '선택받는다'는 것에 익숙할 법도 하다.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 그는 "그래서 더욱 조심하려고 한다"고 했다. "연예계와 정치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할 수 있죠. 하지만 쉽다고 생각하면 긴장을 놓게 되기 때문에 배냇짓을 완전히 없애려고 해요."

그는 "염두에 둔 정치인 모델 같은 건 전혀 없다"며 "마음을 완전히 비워 10가지 표현을 할 것을 14~15가지로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권상우는 지난 6월 있었던 새벽 뺑소니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권상우는 "드라마 하차까지 고민했을 정도로 괴로웠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하지만 매를 맞아도 작품 속에서, 좋은 연기를 통해 내 마음을 보여 드리고 싶다.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