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얼굴 전격 공개] 혼자 살찐 '평양의 황태자'

북한 후계자 김정은의 모습이 9월 30일 북한 관영 매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이날 아침 노동신문을 시작으로 조선중앙통신이 오후 2시 30분에 사진을, 조선중앙TV가 오후 5시부터 동영상을 보도했다. 볼 살이 두툼한 27세의 후계자는 짙은 색 인민복을 입고 아버지와 그 충신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세계 유례가 없는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의 공식 무대 데뷔 쇼는 3단계였다. 9월 28일 '대장' 칭호 부여, 29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선임, 피날레는 사진 공개였다. 작년 6월 국정원이 국회 보고에서 처음으로 그 이름을 거론한 후 온갖 추측 속에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은 우리로 치면 군 복무를 마친 사회 초년생 정도의 나이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주민들이 먹고살지도 못하는 인구 2400만명의 북한을 이런 김정은에게 맡기로 한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도 닮았지만 할아버지 김일성을 더 닮았다. 본지가 입수한 1년4개월 전 사진<위쪽 사진>과 비교하면 김일성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헤어 스타일을 바꾸는 등 의도적인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인다. 군인을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은 모두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지만 김정은만 인민복을 입었다. 고위 탈북자 최모씨는 "북에서 '쯔메르 양복'이라 부르는 이 옷은 1950년대 후반 김일성이 인민들을 만나러 다닐 때 입어 유명해졌다"고 했다. "어린 김정은이 내세울 경력이나 업적이 없으니 할아버지 닮았다는 소리라도 들어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회의장에서 박수 치는 장면을 주목하라"고 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꼿꼿한 자세로 두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쳤지만, 김정은은 한쪽 팔을 팔걸이에 기댄 비스듬한 자세로 한 손은 밑에 두고 다른 한 손만 움직여 박수를 쳤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박수를 치던 모습 그대로다.

북한은 김정은의 사진 공개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29일 공개한 회의장 사진에 김정은이 나오지 않도록 교묘하게 편집했다. 김정은 바로 옆에 앉은 김원홍 보위사령관까지만 나오도록 처리한 것이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치밀한 각본에 따라 후계 구축작업을 착착 진행하지만 뭔가 서두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김정일도 1980년 제6차 당 대회를 통해 공식 등장하면서 김일성과 나란히 앉은 사진을 주민들에게 처음 공개했다"며 "김정은 사진 공개 과정이 김정일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