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주가 1900 직행하나

한국 증시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풍부한 글로벌 자금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으로 몰려든 덕분이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6.36포인트(0.34%) 오른 1872.81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에도 4300억원 정도 순매수(주식 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금액)했다. 12일 연속 '바이(buy) 코리아' 행진을 하고 있다.

외국인은 9월 한 달에만 4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올 들어 월 단위로 3월(5조3000억원)과 4월(5조2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환매 자금을 마련하려고 투신사들은 9월 한 달 동안 2조7000억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이를 외국인이 모두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가 상승세는 과열 조짐 없이 차근차근 오르는 계단식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전문가들은 1900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10월 코스피지수 전망을 대체로 1950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기업실적이 3분기 고점을 기록한 뒤 꺾이겠지만, 이것이 주가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기업실적이 떨어지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출의 불안요인으로 등장한 원화 강세(환율 하락)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원화 강세는 수출 기업 경쟁력 악화와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인 자금이 더 들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통화강세는 주식시장이 썩 반기는 재료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원화 강세는 한국 수출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을 정도의 속도이며, 증시의 유동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 정승재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 완화(달러공급) 정책은 글로벌 유동성을 팽창시키고 이는 외국인 매수 기반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당분간 계속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침체할 경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 기대감에 따른 달러 약세로 닷새 연속 하락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에 비해 1.8원 하락한 1140.2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