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시네마 변신 여왕?...엄정화-조여정의 재발견

올 영화계 흥행 투톱은 강동원, 원빈이다. 강동원은 6주 차이로 개봉한 '전우치'(610만명)와 '의형제'(546만명)로 상반기를 주름잡았다. 원빈이 원톱 주연으로 출연한 '아저씨'는 600만명을 돌파해 올 개봉작 흥행 1위에 올라섰다. 둘 다 꽃미남 스타에서 벗어나 연기변신에 성공한 점이 돋보인다. 감성 연기까지 펼쳐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럼 여배우 중에서는 누가 연기 변신에 성공했을까. 올해가 3개월 남은 시점에서 보면, 엄정화와 조여정을 '변신의 여왕' 투톱으로 꼽을 수 있다.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엄정화는 섹시스타 이미지를 탈피했고, 조여정은 반대로 홑적삼 속에 가려져 있던 섹시미를 마음껏 발산했다. 흥행도 나름대로 수준급 스코어를 기록했다.

엄정화는 '베스트셀러'에서 표절 논란에 휘말린 베스트셀러 작가 백희수로 출연했다. 새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찾아간 외딴 산장에서 살인사건의 비밀과 맞닥뜨린 후, 사건을 은페하려는 마을 청년들과 사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하실 바닥을 구르고, 산비탈을 뒹굴고, 피 흘리고 망가지면서 영화를 이끌었다. 엄정화는 지난해 '인사동 스캔들', '오감도'에서 팜므파탈의 섹시 이미지로 어필했다. '베스트셀러'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 투혼으로 이미지를 바꿨다. 노출의 의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성적 매력을 뽐내는 관능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베스트셀러'에서는 앙상한 등뼈를 그대로 내보여 시선을 모았다. 흥행(108만명)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엄정화는 올 춘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조여정의 노출 연기는 최고 핫이슈였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패러디한 '방자전'에서 풍만한 가슴을 노출하며 강도 높은 섹스신을 너끈하게 소화했다. 그동안 가녀린 청순가련형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에 "조여정이 벗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방자전'은 이몽룡과 춘향의 사랑이 아니라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춘향으로 출연한 조여정의 색깔 있는 변신도 신선한 아이디어 못지않게 주목받았다. 코스모스같은 여인에서 붉은 장미의 농염한 여인으로 탈바꿈한 드문 사례다. 조여정의 파격 변신에 힘입어 '방자전'은 3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을 영화계에서도 이미지 변신이 기대되는 여배우들이 눈에 띈다.

수애는 14일 개봉하는 '심야의 FM'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방송 진행자로 나선다. 납치된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제한된 2시간 동안 정체불명의 청취자와 사투를 벌이는 스타 DJ 고선영이다. 단아한 여성미를 벗고 카리스마를 새로 입는다. 수애는 '님은 먼 곳에'(2008)에서 연기 변신을 시도한 적이 있다. 남편을 찾아 베트남 정글을 헤매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꽁꽁 숨겨놓았던 육체의 매력을 선보였다. '심야의 FM'에서는 뛰고 구르며 욕설까지 퍼부어 관심을 모은다.

'섹시미의 대명사' 김혜수의 변신도 기대를 모은다. 김혜수는 '닥터봉' 이후 15년 만에 한석규와 호흡을 맞춰 미스터리 코미디에 도전한다. '이층의 악당'에서 신경쇠약 직전의 까칠녀로 나온다. 지난해 드라마 '스타일'에서 패션잡지 편집장으로 "엣지있게"를 외치던 모습과 정반대다.

'변신의 여왕' 공식 트로피는 없지만, 누가 이미지 변신에 가장 성공했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