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화가 맵다(?)'
저예산으로 제작해 소규모 극장에서 개봉한 '작은 영화'들이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방가? 방가!'(사진),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울지마, 톤즈' 등이다. 탄탄한 짜임새, 감동적인 내용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방가? 방가!'(감독 육상효)는 개봉 3일째인 2일 8만1364명의 관객을 동원,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15만명을 넘어섰다. '방가? 방가!'는 이주노동자의 삶을 코믹과 감동을 버무려 그린 작품. 데뷔 12년만에 첫 주연을 맡은 김인권, 코믹 본능을 발휘한 김정태 등 배우들의 열연과 세심한 디테일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비 8억원, 상영관수 286개에 불과하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은 지난달 2일 전국 30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열흘만에 98개로 늘어났다. 누적 관객도 15만 명을 넘었다. 올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 지난달 말 미국의 장르영화제 판타스틱 페스트에서 여우주연상(서영희)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달 중 국회에서 시사회를 갖는다.
영화는 외딴섬 무도를 배경으로 짐승처럼 핍박받던 여인 김복남의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다. 하지만 잔혹한 행동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 호응을 얻고 있다.
'울지마, 톤즈'(연출 구수환)는 고 이태석 신부의 감동적인 삶을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이 신부는 내전과 부족간의 전쟁으로 위험한 아프리카 수단의 오지마을 톤즈에서 학교를 짓고, 음악을 가르치고, 결핵과 한센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치료했다. 올해 초 48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영화는 이 신부의 생전 모습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돼 있다.
'울지마, 톤즈'는 지난달 9일 13개 관에서 소규모로 개봉했다. 그런데 하루 30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추석 연휴 이후에 CGV 상영관만 40개 이상 늘어났다. 임재현 나누리병원 의무원장은 "'울지마, 톤즈'는 거친 보리밥에 된장국을 말아먹은 듯 투박하지만 의사로서, 사제로서 내 뒤통수를 번쩍 내리친 이태석 신부의 삶이 진한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