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자' 김강우 탈북자 리얼 연기 노하우

원작이 있는 작품은 숙명처럼 원작의 무게를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영웅본색'이고 '장국영'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리메이크에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김강우는 영화 '무적자'를 선택했다. 우리가 외면하는 현실의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연기한 김철은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형에 대한 애증으로 갈등하며, 그 긴장을 동력 삼아 삶을 지탱하는 탈북자 출신 경찰이 됐다.

1 잠 안자고 날카롭게 2 북한 노래 감정이입

　▶"탈북자가 아니라면 출연 안 했을 것"

"'무적자'는 원작과 달리 김혁(주진모)과 김철의 형제애가 강조됐어요. 그래서 더 드라마틱하죠. 하지만 형제애나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에만 머물렀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탈북자의 이야기를 다룬 '무적자'는 영화의 주제의식이 중요하다는 김강우의 생각에 부합하는 영화였다. "탈북자들은 언어도 같고 생김새도 같지만 이방인보다 더 이방인 같은 존재예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고립감은 혼자라는 외로움 이상으로 처절합니다." 그래서 김강우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람냄새 나는 인물을 그려내려 했다. 형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며 강한 척하지만, 사실은 형을 그리워하는 여린 남자. 그래서 관객들은 김강우의 흔들리는 눈빛에서 진한 연민을 느낀다.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매신마다 차별성을 두지 않으면 인물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죠."

　▶"탈북자의 리얼리티를 위해 잠을 안 자기도"

김강우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직접 만나본 탈북자들은 남한사람보다 더 남한사람 같았다. 그래서 극중 탈북 직후와 경찰로 변신한 3년 후의 차이를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살도 8kg 가까이 빼고 손톱도 부러질 때까지 자르지 않았다. 심지어 촬영을 2~3주 앞두고는 하루에 잠을 3시간도 안 잤다. 촬영 직전 이틀은 아예 잠을 안 자면서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갔다. "시각적으로 확 다가오지 않으면 초반부의 리얼리티가 살아나지 않아요. 탈북자의 불안한 눈빛과 피폐하고 날카로운 감정 상태를 표현하려면 어쩔 수 없었죠." 애인도 있고 정신적으로 훨씬 풍요로웠던 원작의 장국영보다, 김강우가 표현해낸 외로움의 농도는 훨씬 진하다.

　▶"극중 주진모와 대립...실제로도 거리를 뒀죠"

영화 내내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형 김혁 역의 주진모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현실에서 친하게 지내면 영화에서 티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거리를 뒀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다들 많이 친해졌죠." 김강우, 주진모, 송승헌, 조한선 네 주인공은 영화의 엔딩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지만 영화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형을 잡고 싶은 김철의 진심이 울음과 함께 터져나오게 돼요. 이번에 형을 놓친다면 정말 이별이 되니까 이성적으로 주체할 수가 없는 상태죠." 인상적이었던 엔딩에 대해 말을 꺼내자 김강우는 다른 장면을 떠올렸다. "김철이 술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에 들어와 형의 사진을 보고 뭉클해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촬영 내내 북한노래를 들었어요. 감정과 멜로디가 형제의 이야기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사정상 노래가 영화에 실리지 못해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