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상생경영…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내가 30년 동안 상생(相生)경영을 이야기했는데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 제조업의 관건은 협력업체 육성이다. 협력사 사장들이 자신의 재산과 인생을 모두 걸고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고 사업 경쟁력이 생긴다. 여기에 삼성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최 사장이 올 6월부터 실시한 협력사의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하자, 이 회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최 사장은 이달 1~2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에서 1~3차 협력사 대표를 초청해 개최한 '협력사 동반성장 대토론회'에서 이 회장의 발언을 소개하고 "오늘 토론회가 마련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협력업체와 토론회를 통해 협력업체를 육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게 이 회장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대기업이 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먼저 일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지난 30년간 협력업체를 챙겨왔는데 협력업체 단계가 2·3차로 복잡해지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했다. 또 "앞으로 2·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세밀하게 챙겨서 동반 성장을 위한 제도나 인프라를 만들어가겠다. 나아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2·3차 협력사까지 참여하는 대토론회로 이어진 것이다.

한편 최 사장은 이날 "진정한 상생은 주고받는 것"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협력사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는 지난 40년간 성장한 끝에 지난해 매출 130조원을 달성했고 협력사도 삼성전자와 더불어 성장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가 협력사로부터 구매한 금액이 2005년 3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61조3000억원으로 늘어났고, 협력 업체당 평균 구매액도 2005년 51억원에서 지난해 159억원으로 연평균 33％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과 각 사업부장, 구매담당 임원들은 월 1회 정도 협력사를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신입사원까지 상생을 체질화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최 사장은 "삼성전자가 성장하는 만큼 여러분 회사(협력업체)가 성장할 수 있느냐는 여러분에게 달렸다"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생도 어려우며 부단히 노력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춰야만 상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 3분기 실적은 협력업체의 협조와 도움, 차별화된 제품 덕분에 미국과 유럽 경제의 어려운 여건에도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협력사 대표 협의회(협성회) 회장인 이세용 이랜텍 대표는 "1차 협력사들 역시 2·3차 협력사 지원에 힘을 쏟아 선순환(善循環)의 상생구조가 뿌리내리는 데 일조하겠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는 최지성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과 각 사업부 구매담당 임직원, 1~3차 협력사 대표 등 220여명이 참석해 올 8월 발표된 삼성전자의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을 실현하기 위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는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경영계획에 반영하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상생방안 실행안을 마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