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의 친필 서명본 글씨는 왜 떨렸을까

서울 종로구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관장 김종규)은 12월 31일까지 《책을 건네다-저자 서명본전(展)2》를 열고 있다. 지난해 특별전에서 김 관장이 각 분야의 저자들로부터 직접 받아 간직해온 친필(親筆) 서명본 100권을 전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저자 서명본 13권과 김 관장이 직접 받은 서명본 101권을 한자리에 모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이 윤봉길 의사의 장남인 윤종(尹淙·1929~1984)씨에게 1949년(기축년) 증정한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이다. 서명본의 백범 친필은 심하게 떨려 있다. 백범은 1938년 5월 중국 장사에서 조선혁명당 간부 이운환의 저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을 때 수전증을 얻게 됐고, 이후 백범의 휘호나 글씨는 떨리게 됐다. 백범은 자신의 서체를 농담삼아 '총알체'라 부르기도 했다.

이 밖에 조선 말기 개화 운동가인 유길준(1856~1914)이 1895년 한성재판소 주사(主事) 권재운에게 증정한 '서유견문' 서명본, 중국근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교육자·학자·정치가인 나가륜(羅家倫·1897~1969)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증정한 '중국국민당과 중국 60년', 소설가 이범선(1920~1982) 선생에게 김동리·전광용·박경리 등 다른 작가들이 증정한 서명본 등이 선보인다.

김종규 관장이 직접 받은 서명본들도 흥미롭다. 산악인 엄홍길씨는 '김종규 관장님께, 히말라야 성스러운 기운을 드립니다'라고 썼고,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평소 좋아하는 박수근의 '빨래터'를 본떠 그려 보냈다.

'문화계 대부(代父)'로 알려진 김 관장답게 전시품에는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 이건무 문화재청장, 소설가 이문열·김홍신씨, 백남준의 아내 구보타 시게코씨, 연극배우 박정자씨 등 다양한 인사들의 서명본이 망라돼 있다. (02)394-6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