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구레나룻

〈제5보〉(56~66)=2008년 봄, 한 낯선 중국기사가 질풍 같은 기세로 제13회 LG배 통합예선을 통과했다. 얼굴 전체를 덮다시피 한 구레나룻. 한국 기사들은 "중국에 저런 중년 강자가 있었나?"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잠시 후 그는 17세의 입단 초년생으로 밝혀졌다. 중국기사들은 그의 별명이 국내에서도 '할아버지'라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퉈자시의 한국 데뷔는 이렇게 요란했다.

56은 왼쪽 백 3점을 사석으로 처리하고 우변을 깨겠다는 수. 참고1도 1로 흑 한 점을 따내면 모두 살기는 하지만 흑의 외곽이 두터워져 이른바 생불여사(生不如死) 꼴이 된다. 흑도 57로 참고2도 1로 젖히면 백이 2로 산 뒤 자신의 약점(A)만 남아 낭패다. 58로 참고3도 1은 8까지 백의 무리. 결국 60까지는 쌍방 최선인 동시에 백의 성공이었다.

이로써 초반 이후 흑이 미세하게 앞서던 형세가 균형을 되찾았다. 다음 행선지는 당연히 좌상귀. 그러나 어디가 최선인지 어렵다. 선수로 처리하지 못하면 백 '가'의 붙임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다. 고심 끝에 65까지 가볍게 깎으며 상변 백을 위협하는 자세를 취한다. 순간 66이 놓였다. 승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