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 신현빈, 바지 벗고 뛰쳐나간 사연

원래 대본은 이랬다. 베트남 처녀 장미(신현빈)와 방가(김인권)가 의자 공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런데 악덕 공장장이 장미의 엉덩이를 슬쩍 만지는 추행을 자꾸 반복하자 방가가 장미의 엉덩이를 지켜주기 위해 나선다. 그러나 어수룩한 방가는 얼떨결에 장미의 엉덩이에 스프레이 접착제를 뿌리고 만다. 그 사실을 모르는 장미가 의자에 앉으려 하자 방가는 그걸 막으려다 장미의 엉덩이에 손을 대고, 접착제 때문에 두 손바닥이 엉덩이에 철썩 붙어버린다. 당연히 공장 안은 난리가 나고...

촬영 전 육상효 감독과 김인권, 신현빈, 이렇게 셋이서 대본회의를 했다. 장미가 방가의 손에 붙은 바지를 아예 벗어버리고 뛰쳐나가는 게 더 어울리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대본이 급변경됐다. 촬영이 시작되고 신현빈이 화를 내며 바지를 벗어버리고 속옷 차림으로 뛰쳐나갔다. 그런데 그 세 명을 제외하고,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대본이 변경된 것을 전혀 몰랐다. 여자 신인배우가 노출장면의 모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간 줄 안 것이다. "쟤 왜 저래?"라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때 멀리서 들려온 감독의 태연한 목소리, "오케이입니다."

연기 경험 전무한 미술학도, 오디션 한번으로 감독의 눈을 사로잡은 신인배우 신현빈에게 '배우로서의 첫 작품이 주연이라서 힘들지 않았냐?'라고 물었다. "전공자도 아니고, 연기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라서 처음엔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개념도 없었어요"라고 말한 신현빈은 선배 배우 김인권, 김정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어요. 김정태 선배님은 본인의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나와 모니터를 보시다가 제 연기에 대해 직접 조언을 해 주실 정도였어요." 덕분에 신현빈은 영화 속 배역에 너무나 잘 녹아들었다. 같이 연기했던 김인권은 신현빈에 대해 '도무지 신인 같지 않은 당찬 배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