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시네마] 임재현의 영화&의학 : 여성 정체성은 건강한 몸에서 시작

영화에 대한 반응은 양 갈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와 같이 전적으로 공감하는 뜨거운 반응이 있습니다. 특히 뉴욕,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가슴을 설레게 하지요. 그리고 나이가 들었지만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좀 지루할 수 있습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몰입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게다가 장편 소설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디테일한 묘사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은 자칫 욕심을 내면 지루한 나열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제목이 가지는 의미는 어떤 것일까요?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뉴욕의 속칭 잘 나가는 작가입니다. 멋진 남편과 예쁜 집, 사랑스러운 친구들,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어느 날 문득 남편과의 사소한 갈등 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집을 나옵니다. 조각 같은 미남 배우와 사랑에 빠져도 보지만 여전히 자기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자기를 찾는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먼저 로마로 가서 마음껏 먹기로 합니다. 그리고 인도의 아쉬람에서 영혼의 안식을 찾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발리에서 사랑을 찾게 되지요. 여자라면 한 번 꿈꿔 불만한 일탈입니다.

이 영화에서 던지는 화두는 여러 가지입니다.

먼저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대사를 볼까요?

- 어떤 사람이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빌었답니다.

하느님께서 말하셨대요. "먼저 복권을 사라"-

바라는 것을 찾으려면 먼저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탈리아에서는 '돌체 파 니엔테'를 말합니다. '달콤한 게으름'이라는 이탈리아어입니다.

실컷 먹고 그냥 뒹구는 것은 자기 몸에 대한 최고의 휴식이자 억압과 가식에서 벗어난, 자기를 찾기 위한 때를 벗기는 과정입니다.

인도의 아쉬람에서는 용서를 말합니다. 기도는 용서를 구하는 것이지요.

먼저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용서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용서해야 자기의 영혼을 찾아 갈 수 있습니다.

발리에서는 밸런스를 말합니다. 삶의 밸런스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내 삶의 밸런스는 내 주변의 인간 관계에 의해 유지되어지는 것이지요.

결론은 '아트라베르시아모'로 맺습니다. '같이 건너자'는 뜻입니다.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았지만, 사랑일 수도, 우정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 즉 내 정체성의 시작은 나 자신이지만 완성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철학적일 수 있는 영화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는 보는 측면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다를 수 있겠습니다.

의학적으로 여자에게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 여자'라는 정체성과 몸은 나누어 이야기하기 어려운데요. 미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종족 보존의 본능적인 면에서 '보여진다'는 것은 여자에게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요즘 같이 보이는 외모로 여자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심해지면서 여자들로 하여금 먹는 즐거움을 앗아 버렸습니다.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의 불균형도 문제이지만 지방의 감소와 동반되는 근육의 감소와 칼슘 부족은 근 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폐경기의 여성들에게 주로 발생되던 골다공증이 젊은 여성들에게 빈번하게 발생되는데요. 과도한 다이어트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잠재되어 있는 질환은 평소에는 아무 증상이 없다가 특별한 환경에서 심각한 상태로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골다공증의 소인이 있는 여성이 출산 후에 모유 수유를 하면 급격한 칼슘의 감소로 골다공증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사소한 충격에도 뼈의 골절이 발생하게 되지요. 특히 아기를 안다가 척추의 압박골절이 발생하여 뼈 시멘트를 주입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우는 아기를 안아주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이 얼마나 안타까울까요?

여성의 정체성, 건강한 신체에서 시작합니다. 건강한 신체의 출발은 건강한 식사입니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가 이탈리아에서 마음껏 먹는 것으로 여행을 시작한 하는 것의 의미입니다. 물론 패스트푸드가 아닌 바른 먹을거리를 충분히 먹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그리고 적절한 운동이 더해진다면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자로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먼저 건강한 몸에서 시작하여야 하고 이어서 건강한 마음, 그리고 건강한 삶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영화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말하는 여자의 삶의 밸런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임재현 신경외과 전문의 > ㆍ 청룡시네마 www.blueawar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