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진짜 원천은 地方인 걸 아시나요?"

"나의 숙명 혹은 팔자나 다름없는 한국, 이젠 그간의 꿈이던 지방판(版) 한류(韓流)를 일으켜볼 작정이에요."

후지TV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일본의 유명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54)씨의 바람이다. 도쿄 롯폰기(六本木)힐스 아레나에서 지난 2일 열린 한·일교류축제한마당 행사의 실행위원을 맡았던 그는 4일 인터뷰에서 "이젠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사랑을 넘어 한국의 여러 지방이 가진 고유 문화와 자연·음식·삶을 일본인들이 알게 하고 싶다"고 했다. '지방에 가면 느끼는 한국인의 인심과 매력을 일본인이 알아야 한국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라고 한다. 그는 당장 이번 주 전남 곡성, 경남 진주, 강원 정동진 등을 열차로 순회하는 코레일의 '해랑'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1977년 데뷔한 구로다씨는 인기 절정이던 1980년대 중반 한국 배구선수 강만수의 플레이에 매료돼 배우를 잠시 중단했다. 그러곤 한국을 소개하는 일에 매진, 일본에서 한류 열풍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그는 "사반세기(25년) 동안 한국 알리기에 주력하면서 일본인의 의식 속에 뿌리깊게 자리한 한국 차별 의식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위해 활동하면 재일교포 2세, 아니면 3세라며 차별했어요. 저 역시 일본인인데 '재일교포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고요." 오죽하면 방송사에서 "(한국인 피가 흐르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 방송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 순수 일본인임을 제발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 역시 한국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0주년인 올해 구로다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직도 일부 일본인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어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한국을 제대로 보려는 젊은 세대가 있으니 앞으로의 100년은 다를 겁니다."

구로다씨는 두 나라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같음과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울면 일본인은 '슬픈 일이 있나 보다'하고 그냥 조용히 있어줍니다. 반면 한국인은 '무슨 일이냐'며 같이 울어줍니다. 어느 쪽이 더 좋거나 나쁜 문제는 아니죠. 그런 기질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