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한국 복귀 고민 이유? 지금이 적기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124승)을 달성한 박찬호(38ㆍ피츠버그)가 4일(이하 한국시각) 시즌을 마감하는 인터뷰에서 "한국 복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 취재진에게도 박찬호는 "한국에서 뛰는 것은 나의 또다른 꿈이다. 시즌이 끝나면 가족들과 상의해서 결정하겠다"며 내년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박찬호가 한국 복귀를 결심할 경우 고향팀인 한화에서 뛰게 된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시절인 94년에 해외진출을 했기 때문에 한화가 우선권을 갖고 있다.

박찬호는 한국인 첫 메이저리거로 지난 17년동안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그런 그가 올시즌을 끝으로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 복귀를 고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박찬호는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베테랑 투수로서 경험이 풍부하고 여전히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빛이 났다. 팀은 월드시리즈에까지 진출했다. 시즌이 끝난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박찬호는 많은 팀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소속팀인 필라델피아를 포함해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등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들을 제쳐놓고 명문 뉴욕 양키스를 박찬호가 직접 선택했다.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양키스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최하위팀 피츠버그로 트레이드 됐다.

올 겨울 또다시 FA 자격을 얻었지만 그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원하는 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피츠버그를 취재하는 피츠버그 트리뷴-리뷰의 롭 버텀펠 기자는 박찬호의 거취와 관련해 "피츠버그는 젊은 선수들로 팀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몸값이 비싼 박찬호와 재계약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심이 있다면 아마 마이너리그 계약이나 스프링캠프 초청 선수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타 팀 역시 박찬호에게 관심이 있다면 마이너리그 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피츠버그 러셀 감독도 성적부진으로 5일 경질, 박찬호의 피츠버그 잔류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

그렇다면 박찬호가 또다시 마이너리그 계약을 받아들인뒤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까지 메이저리그에 도전할까. 가능성은 크게 줄어 들었다.

박찬호 스스로 말했듯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특히 올시즌 막판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이라는 자신의 최고 목표까지 이뤘다. 멋진 모습으로 메이저리그를 마감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또다른 이유는 한국에선 여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찬호는 대기록을 세운 지난 2일 플로리다전에서 3이닝을 퍼펙트로 장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4마일(151km)까지 찍었다.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에 배웠다는 컷 패스트볼은 박찬호의 새로운 무기로 등장했다. 9명의 타자를 상대로 탈삼진을 무려 6개나 잡아내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전승기때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박찬호가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여전히 위력적인 투수로 통할 것이다. 그는 선발, 불펜, 마무리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 아마 한국 팬들에게 메이저리그 투수의 모습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박찬호는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 구위가 떨어진 상태에서 한국으로 복귀해 그저그런 투수로 끝나는 걸 원치 않는다. 한국팬들 앞에서도 몇년동안은 톱클래스 투수로 활약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지금이 적기일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박찬호가 비중있게 생각하는 부분은 가족이다. 부인과 두 딸을 둔 가장으로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생활로 인해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다. 메이저리그는 이동 거리가 길다. 시즌중에 LA에 살고 있는 가족과 늘 떨어져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뛸 경우 메이저리그에서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박찬호의 한국행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