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참수리 6용사 묘비에 새기는 데 8년…"

    입력 : 2010.10.06 03:14

    "비문교체 끈질긴 요청에도 군·보훈 당국은 미루기만… 기억해주는 이 있어 위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서영석(오른쪽)·김정숙씨 부부가 8년 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아들 서후원 중사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묘비(墓碑)에 46자 더 새겨넣는 데 8년이 걸렸소."

    지난 3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제2사병묘역을 찾은 서영석(57)씨가 아들의 화강암 묘비를 쓰다듬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아들 고(故) 서후원 중사는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 때 참수리 357호 M60 기관총 사수(射手)로 적과 교전하다가 전사했다.

    '2002년 6월 29일 연평도 근해에서 전사'라는 글귀만 있던 서 중사 비석에 '1980년 11월 28일 의성에서 출생' '2002년 화랑무공훈장 수훈' '제2연평해전 참전' 사실과 부모 이름이 뒤늦게 새겨졌다. 고 조천형·한상국·황도현 중사와 제2장교 묘역의 고 윤영하 소령 비석에도 생년월일과 훈장 수훈, 제2연평해전 참전 사실이 추가됐다.

    고 박동혁 병장은 온몸에 파편상을 입고 투병하다 끝내 숨졌는데도 비석에는 '2002년 9월 20일 국군수도병원에서 전사'라고만 기록돼 있었다. 그 비석에도 참전 사실과 충무무공훈장 수훈 기록이 새겨졌다. 새 비석은 그가 당당한 '참수리 6용사'의 한 명이었음을 기리고 있다.

    서씨는 "그동안 비문 교체를 입이 닳도록 요청했지만, 군과 보훈 당국은 '6명만 특별대우할 수 없다'는 앵무새 답변만 했다"면서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게 대한민국 정부는 '건망증', 국방부는 '휴가 중', 해군은 '열중쉬어'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차일피일 미뤄지던 비문 추가 작업은 지난 6월 말에야 마무리됐다.

    서씨의 부인 김정숙(55)씨는 "천안함 희생자 묘역은 잘 꾸며지고 현충원 입구부터 안내판만 따라가면 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합동묘역은커녕 묘지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 하나 없어 유가족이 아니면 찾기도 힘들다"고 했다.

    현충원을 떠나려던 서씨가 "진짜 고마운 건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마음"이라며 유가족 명의의 통장을 꺼냈다. 지난 1일 357만원이 입금된 기록이 보였다. '참수리 357호'의 357만원이다.

    "이희완 대위, 그 친구가 보내준 것이지.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며, 참수리 357호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당시 부(副)정장으로 제2연평해전 때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이 대위(34·해군교육사령부 충무공리더십센터)가 지난달 30일 위국헌신상 '충성'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을 쪼개 보낸 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