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눈부신 脫出

〈제7보〉(84~96)=2008년 10월, 퉈자시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구레나룻을 말끔히 민 모습으로 나타났다. 제10회 농심배 개막식장이었다. 수염은 왜 깎았지? 기자들의 질문에 17세 소년 퉈자시가 답했다. "일부러 기른 게 아니고 귀찮아서 안 깎았던 것뿐이다. 수염이 어울린다면 계속 길렀을 텐데 내가 봐도 늙어보이기에 밀었다. 더 멋있어지지 않았나?" 그런 자유분방함이 농심배 초반 4연승 질주의 원동력이었는지 모른다.

84로 움직인 수가 적진에서 수를 내는 출발점. 퉈자시는 전혀 예상 밖이었는지 다음 수에 9분이나 걸렸다. 당장 백 '가'면 '나'와 87 넘음을 맞본다. 중앙도 불안하다. 그렇다고 참고1도 1로 보강해도 2, 4로 탈출하는 멋진 수단까지 숨어 있다. 85는 거칠어진 숨도 고를 겸, 유사시 축머리로 활용한다는 뜻. 그래 놓고 87로 먼 거리에서 그물을 펼쳤다.

그러나 여기서 88의 건너 붙임이 또한 절묘했다. 참고2도의 돌파를 보고 있다. 고심 끝에 89로 후퇴했지만 90 이하 96까지 단숨에 적의 철벽같던 포위망을 벗어났다. 가위 명불허전(名不虛傳), 이창호의 본령을 보여주는 눈부신 솜씨다. 그런데 여기서 흑 '다'면 어찌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