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였다 늘였다… 저축성 보험 '고무줄 이자'

주부 김모씨는 지난 2월, A 보험사의 5년 만기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5.8%의 이자를 주던 A 보험사와 5.7%의 이자를 주던 B 보험사 중 어디에 가입할지 고민했지만, 보험회사 직원의 추천으로 가장 이율이 높은 A 보험사를 택했다. 하지만 김씨는 4개월 후에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저축성 보험은 매월 이자율이 달라졌다. 가입했을 때는 분명히 A 보험사의 이자가 높았지만, 4개월 후인 6월이 되니 A 보험사의 금리는 5.1%로 하락했다. 반면, B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5.4%였다. A 보험사가 주는 이자는 2월에만 많았고 6월에는 오히려 다른 곳보다 적었다.

10년 이상 저축할 경우 비과세 혜택에 복리(複利) 혜택까지 주어지는 저축성보험이 인기를 끌면서 보험사들이 더 높은 이자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월별 공시이율이 바뀌는 특성 때문에 보험사 편의에 따라 '고무줄 이자'를 주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5일 본지가 국내 9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월별 공시이율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자율 변동폭이 가장 큰 회사는 메리츠화재보험이었다. 이자율이 가장 높았을 때와 이자율이 가장 낮았을 때의 차이가 0.7%포인트였다. 현대해상이 0.6%포인트로 그 다음이었다. 동부화재와 LIG손해보험, 흥국화재가 각각 0.5%포인트, 그린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0.4%포인트였다. 한화손해보험과 삼성화재가 0.3%포인트로 가장 변동이 적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1월 5.4%로 이자율을 책정했으나 경쟁사인 그린손해보험이 5.7%의 이자율을 책정하자 다음 달 바로 이자율을 0.4%포인트 올려 5.8%로 공시했다. 하지만 다음 달 바로 5.6%로 금리를 0.2%포인트 낮췄고, 4월에도 0.1%포인트를 내렸다. 5월과 6월에는 0.2%포인트씩 내려 5.1%가 됐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공시이율 변동폭이 큰 것은 이자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보험사 상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상품 판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이자율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흥국화재는 4월에 업계에서 가장 높은 공시이율(5.6%)을 책정했는데, 이달에 신규로 체결된 저축성보험이 8912건(146억9700만원)에 달했다. 이 기록이 올해 최고의 실적이었다. 하지만 높은 이율을 계속 유지하면 회사에 손실이 날 수도 있으므로 나중에는 이율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보험사들의 고무줄 이자율이 가능한 것은 이런 금리 결정이 전적으로 보험사의 자율에 맡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이 기준이 되는 공시이율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여기에 보험사가 가산이율을 붙이기 때문에 '늘였다 줄였다'가 자유롭다.

보험사들은 업계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해명한다. 지난 2월 일부 보험사에서 1년간 금리를 똑같이 유지시키는 확정이율 보험상품을 내놓으면서 방어적인 측면에서 공시이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사들의 이자율 경쟁이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실적 끌어올리기를 위해 제멋대로 책정하는 공시이율만 믿고 상품을 선택했다가는 다른 상품에 비해 이자를 덜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저축성 보험의 경우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다른 회사보다 높은 금리의 이자를 꾸준히 제공하면서 이자율 변동폭도 크지 않은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에 대해 서창석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팀장은 "업계 간 이율경쟁이 있을 수 있지만 산출식에 따라 산정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임의로 공시이율을 정하기는 어렵다"며 "업계 간 과도한 이율 경쟁은 자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