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아시아 최고 영화제 됐네요"

    입력 : 2010.10.08 03:03

    부산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 찍은 장이머우 감독
    "중국 문화혁명 시대 순수한 사랑 그리려 신인 배우 내세웠죠"

    어느덧 15회… 아시아 최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해운대에 수많은 별들이 내려 앉았다. 아시아 최대·최고의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제15회를 맞아 7일 저녁 개막했다. 레드 카펫을 밟는 국내외 스타 감독과 배우들을 직접 보려는 사람들이 5000여 객석은 물론 개막식장인 수영만 요트경기장 일대를 빼곡히 에워쌌다. 이날 중국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새 영
    "제가 처음 부산에 왔던 1999년부터 한국영화는 급속히 발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산영화제도 맞물려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최고·최대의 영화제가 된 것은 한국영화의 발전과 잘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張藝謀·59) 감독과 그의 영화 남녀 주연인 더우샤오(竇驍·22)와 저우둥위(周冬雨·18)를 부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7일 시작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를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은 "1999년 '책상서랍 속의 동화'를 갖고 처음 부산에 왔을 때 느낌이 무척 좋았는데 예상대로 훌륭한 영화제가 됐다"며 "올해를 끝으로 퇴임하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노고가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산사나무 아래’를 연출한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가운데)과 주연 더우샤오(왼쪽), 저우둥위(오른쪽). 장 감독은“사랑하는 남녀의 순수한 눈빛을 담기 위해 신인 배우를 발탁했다”고 말했다. /부산=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산사나무…'는 중국 문화혁명 시대인 1960년대 젊은 남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촌로(村老)와 빈민까지 혁명과 이념을 말하던 시대, 차마 손 한 번 잡지 못하는 풋사랑을 절절하게 그렸다. 최근까지 '영웅'과 '연인' 같은 무협 대작을 찍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도 연출한 장이머우 감독은 다시 초기의 서정적 연출을 보여준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우연히 감동적인 소설을 접해서 영화로 찍게 됐죠. 저 또한 겪었던 문화혁명시대의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감독은 10대 후반에 문화혁명을 겪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비극적이고 아픈 기억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영화 찍을 때는 문혁 배경을 좀 멀리하고 최대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2007년 중국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산사나무의 사랑'이다. 두 남녀가 만나 순수한 사랑을 하고 남자가 병으로 먼저 죽는다는 신파이지만, 장 감독의 영화는 두 사람의 감정을 매우 문학적으로 그렸다. "소설 마지막에 여자가 남자의 손을 붙잡고 '내가 왔다'고 계속 말하며 우는 장면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아 꼭 영화로 찍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올림픽 연출 때문에 실제 촬영은 늦어졌지만요."

    7000여 경쟁자를 물리치고 오디션에서 주인공으로 뽑힌 두 남녀는 이 영화로 데뷔한 신인이다. 장 감독은 "중국에 좋은 배우가 많지만 사회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눈에서 순수한 느낌을 담아내기가 어려웠다"며 "신인배우를 찾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대사가 긴 장면에서는 NG를 100번씩 내기도 했다는 이들은 부산이 첫 해외영화제 참가라서인지 한껏 들떠 있었다. 저우둥위는 "중학생 때 언니랑 한국에 놀러온 적이 있다"고 했고, 더우샤오는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했다. 얼굴에 아직 앳된 기가 남아 있는 두 사람은 "불고기를 실컷 먹고 싶다",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