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사정 태풍 휘몰아치나" 재계 바짝 긴장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재계는 '대기업 사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대기업 2~3곳이 추가로 사정 리스트에 올랐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이번 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5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조사 성격이 심층(특별) 조사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공정 사회'와 관련해 대기업들에 특별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아주캐피탈, 조사 강도 높을 듯

지난 5일 시작된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에 대한 세무조사는 사전 통지가 없었고, 조사인력도 대규모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조사 수준을 뛰어넘는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의 경우 통상 20여명 안팎이 투입되는 세무조사에 4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상당히 강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주캐피탈도 지난 5일부터 심층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에서 맡을 예정이었지만, 심층 조사를 전담하는 조사 4국으로 전담부서가 바뀌었다. 이미 8월부터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전 조사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면서 "자금 흐름에 대해 철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주그룹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아주캐피탈 2대 주주이긴 하지만, 신한과 관련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국세청이 금융권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무조사의 배경은?

재계에서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와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 세무조사를 연계시키며 정부의 '사정 신호탄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롯데건설에 대한 조사는 하도급업체와 불공정 거래가 발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천·성남의 하도급업체들과 거래하면서 납품가격 등을 후려쳐서 탈세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모델 케이스로 조사를 받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의 압박 대상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건설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롯데가 기업 규모에 비해 국가 경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 칼날 확산되나" 우려감 커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일련의 사정을 통해 대기업을 상대로 '압박 카드'를 본격적으로 뽑아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동반성장에 걸맞지 않은 대기업의 영업 관행 자체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다음 희생양에 대한 각종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 중 2~3곳이 다음 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이 하도급업체 납품이나 인건비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는 최근 정부의 사정 칼날이 자칫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생을 강조한 최근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대기업들이 잇따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검찰 조사는 기업 이미지와 주가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전방위로 확산되면 자칫 기업들이 위축되는 모양새를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롯데건설 조사에 대해 "일상적인 조사"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