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한반도 취재했는데… 한국춤 배우니 문화까지 이해돼"

오사와 분고(大澤文護·53)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이 한국 춤을 춘다.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한순서·이주희의 모녀전승(母女傳承)'에서다. 한순서씨는 광주국악원·은방울소년국극단에서 활동한 춤꾼이고, 딸 이주희씨는 중앙대 무용과 교수다. 이주희 교수에게 1년 전부터 한국 춤을 배운 오사와 지국장은 화관무·오고무·승무·장검무·살풀이·상장고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무대에서 한량무(6분)를 춘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와룡동의 한순서 전통춤연구소. 갓 쓰고 부채를 든 오사와 지국장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한량무를 추고 있었다. 춤 맵시가 부드럽고 때론 날렵했다. 부채를 펴고 접는 소리가 박력 있게 터졌다. 연습이 되풀이되자 오사와 지국장은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했다.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보통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밤늦게 연습한다"면서 "춤만 춰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신문기자는 늘 뭔가 생각하고 분석하는 게 일이잖아요. 춤은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 잡념 없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작년 봄 건강이 안 좋았는데 몸도 아주 좋아졌어요."

오사와 지국장은 지난해 9월 예술의전당에서 무용 공연을 취재하면서 이주희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은 몸 안에 있는 리듬이 다르다. 일본은 2박, 한국은 3박"이라면서 "처음엔 '하나 둘 셋' 입장단을 넣는 것부터 가르쳤다"고 했다. 오사와 지국장은 "20년 정도 한반도에 대해 취재하고 공부했는데 정치·사회·외교 기사만 썼지 한국 문화와 정신세계는 몰랐다"면서 "한국 전통춤을 배우면 한국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량무는 남성 독무(獨舞)를 대표하는 춤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이주희 교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 교수는 "오사와씨는 밤 10시에 파김치가 된 몸으로도 연습실을 찾는다. 시작하면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가 참 갸륵하다"고 했다. 공연을 열흘 앞둔 오사와 지국장은 한량무에 대해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량이라는 게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가슴에 뭔가 응어리가 있어요. 다음엔 장구도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