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동성애자 '대표여사' 황의건 "우리가 남자 망신? 초식남·간장남이 더해요"

그런 그가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담은 책 '비트윈'을 낸다. "게이 후배는 물론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을 내고 싶었다"고 했다. 게이라고 모두 '미친 여자처럼 호들갑 떠는 과장된 사람'은 아니며, 모두 '성적으로 문란한 생활'을 하지도 않고 '무뚝뚝한 게이, 평범한 게이, 보수적인 게이, 패션을 싫어하는 게이…'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단다.

TV 프로그램 등에서 흔히 나오는 동성애자의 애환이나 슬픔 같은 것은 이 책에서는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 "맘 고생한 걸로 치면 더는 흘릴 눈물도 없지만 구질구질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게이에 대한 이해가 시작 단계잖아요. 물론 제가 환상만 심어주는 게 아닐까 고민은 돼요."

'김수현 드라마 보고 내 자식 게이 돼서 에이즈 걸리면 어떡하냐'고 하는 일부 주장에 대해 그는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가 감춰지지 않고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게 오히려 낫다"며 "하지만 드라마 한 편 때문에 게이가 될 확률은 없다"고 말했다.

황씨는 "차라리 요즘 남자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했다. "요즘엔 게이와 이성애자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는 것 같아요.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남자 찾기가 쉽지 않아요.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며 간을 보는(잇속을 따지는) '간장남'들이 많아졌어요. 나이 든 게이가 보기에는 이 세상 여자들이 조금 측은해요." 황씨는 "사실 이건 여성 독자를 위해서 쓴 내용"이라고 했다. "소극적인 '초식남', 간만 보는 '간장남'을 언급한 건 여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해서예요.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차별을 저 역시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그는 요즘도 홍보 일을 따내기 위한 설명회를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저는 게이입니다. 만약 게이와 일하시는 게 싫으시다면 저는 여기서 프레젠테이션을 하지 않겠습니다." 발표 내용은 듣지 않고 '아니, 왜 이렇게 말투가 여자 같아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씨는 '회사에 게이만 채용'하는 역차별 정책을 써 본 적도 있다. "그런데 사무실 분위기가 엉망이 됐어요. 모두가 나태해진 거죠. 실력대로 뽑았더니 이성애자만 들어왔어요. 가끔 남자 직원들과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 둘 다 깜짝 놀라긴 하지만, 일은 잘 돌아가니 좋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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