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별세] 외부침입 흔적·외상 없어… 자살 징후·가능성도 낮아

    입력 : 2010.10.11 03:00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의 사인(死因)을 두고 경찰은 황씨가 고령(高齡)으로 인해 자연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나 몸에 외상(外傷)이 없으며 24시간 내내 국무총리 이상 수준의 특별 경호를 받아온 만큼 특별한 타살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4월 황씨에 대한 북한의 테러 기도가 사실로 드러나자 경호수준을 국무총리보다 더 높은 단계로 강화했다.

    20여명의 신변보호팀이 밀착 경호하고 있는 황씨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는 이날 역시 5명의 경호원이 상주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층은 물론 황씨의 침실과 서재와 옷방 등이 있는 2층에도 경호원이 별도의 방에서 대기하며 황씨를 보호하고 있다.

    경찰은 "황씨의 자택은 담이 높아 쉽사리 내부에 들어갈 수도 없고 외부 침입을 감지하는 센서와 CC(폐쇄회로)TV의 감시망을 피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황씨가 알몸 상태로 시신이 발견될 당시 반신욕을 위해 욕조에 채워져 있던 물은 따뜻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시각이 시신 최초 발견 시점으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전날 평소와 다름없이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황씨가 10일 아침에 즐겨하던 반신욕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가 넘은 시각에 응접실에 나와 있어야 할 황씨가 보이지 않자 인기척 없는 방문을 경호원이 비상열쇠로 열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황씨는 평소에도 침실 문을 잠그고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가 자택 내에서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한 셈이다.

    황씨의 몸에 육안으로 보이는 특별한 상처가 없는 점도 타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경찰은 "자체 감식팀 등을 통해 황씨 몸을 살펴봤지만 외부의 갑작스러운 힘에 의한 상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씨가 자살 했을 징후나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사망 시각과 사인 규명을 위해 이날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는 11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