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별세] "김정일보다 더 사시라 했는데…" 탈북자 단체 "5일장 치를 것"

    입력 : 2010.10.11 03:04

    빈소에 조문객 줄 이어

    흐느끼는 수양딸… 10일 저녁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시신이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 도착하자 황 전 비서의 수양딸 김숙향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가운데)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울먹이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10일 숨진 황장엽(87)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북한인권단체 관계자와 탈북자 등 조문객의 발길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을 마친 황씨의 시신은 오후 8시 22분쯤 아산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흰 국화꽃 가운데 놓인 황씨의 영정 사진 앞에서 조문객들은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켰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현인택 통일부장관,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에서 보낸 조화(弔花)가 빈소 안에 놓여졌다.

    2006년 탈북한 한모(59)씨는 "지난 추석에 만났을 때만 해도 혈색이 좋았고 어제 오전에 통화할 때도 별일 없어 보였다"며 "뵐 때마다 김정일보다 3시간만 더 살아달라고 말씀드렸는데 황망하게 떠나셨다"고 흐느꼈다. 황씨의 수양딸로 알려진 김숙향(68)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 홍순경 탈북자동지회장,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전 김일성대 교수) 등도 빈소를 지켰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30여개 탈북자 단체 대표들이 장례위원회에 참여해 5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사회장(社會葬)으로 치른 뒤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황씨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가(安家·안전가옥)는 대지 463.4㎡(140평)에 지상 2층, 지하 1층 단독주택 건물이다. 2~5m의 높은 담장 위에 50㎝ 안팎의 쇠창살과 철조망까지 설치돼 있어 일반 가정집과는 확연히 구별됐다. CC(폐쇄회로)TV와 경보장치가 곳곳에 달려있어 '철옹성'을 방불케 했다. 2층 베란다와 길가 쪽 창문에는 불투명한 유리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저격을 막기 위한 방탄 유리로 알려졌다. 경찰은 "중무장한 보안요원 20여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마당에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맹견(猛犬)이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씨가 주로 기거한 2층은 71.27㎡(22평) 넓이로, 황씨 서재와 수행요원의 방, 옷방 등 방 3개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2층에서 요원 1명이 비상대기하고 1층에서는 나머지 요원들이 CCTV와 침입 감지 센서를 지켜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