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만추' 리메이크작 주연 中 탕웨이… "한국영화에 또 출연하고 싶어"

영화 '색,계'로 데뷔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중국 여배우 탕웨이(湯唯·31)가 부산을 찾아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녀는 김태용 감독의 새 영화 '만추'에서 현빈과 함께 주연을 맡아 한국영화에도 데뷔했다.

할리우드 스타 윌렘 데포(55)도 자신의 아내이자 감독인 지아다 콜라그란데(35)와 작업한 영화 '우먼'으로 부산을 찾아 이날 회견을 열었다. 데포는 '플래툰'과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스파이더맨'으로 인기를 얻었다.

한국영화에 처음 출연한 탕웨이의 회견은 기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연기하다 보니 눈과 입, 손, 발이 모두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만희 감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만추'는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만추'는 제 심장을 뛰게 한 작품입니다. 아직도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생각하면 뭉클해요." 탕웨이는 "'만추'는 한국 고전영화여서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김태용 감독은 '이런 것이 한국영화를 하는 행복이구나' 하고 깨닫게 해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홀로 걸었던 탕웨이는 회견에 참석한 현빈에게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며 눈을 흘겼다. 현빈은 "스케줄 때문에 레드카펫을 함께 걷지 못했다"며 "탕웨이의 첫 번째 부산영화제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외국 같지 않고 포근하고 익숙해요.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영화에 또 출연하고 싶어요. 저는 함께 호흡 맞춘 사람들과 다시 일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색,계'를 보면서 이 사람이 나이 들면 어떤 모습일까 무척 궁금했다"며 "영화 스토리가 미국에서 만난 한국 남자와 중국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정해지면서 탕웨이를 캐스팅하려고 마음먹었고, 아예 탕웨이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연 윌렘 데포는 "작품을 할 때마다 매번 첫 번째 영화라고 생각하고 연기한다"며 "나는 제로(0)에서 시작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는 영화 선택을 잘못한 적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실수도 적고 위험을 피하는 법도 알게 됐다." '스파이더맨'에서 악역을 맡았던 데포는 "젊었을 때 '스파이더맨' 주인공 제의를 받았다면 했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피터 파커(스파이더맨 주인공) 타입은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아내가 감독인 점에 대해 "아내는 늘 고집이 세고 주장이 명확해서 내가 늘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콜라그란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비포 잇 해드 어 네임(Before It Had A Name)'에서 만난 뒤 2005년 결혼했다. 콜라그란데 감독은 "한국영화를 무척 좋아하며 특히 김기덕 감독의 '시간'은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