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문 성균관대] "유학이야말로 우리나라 살릴 에너지"

인문학과 고전(古典)의 힘이 강하기로 유명한 성균관대이지만 그것은 결코 먼지 쌓인 고서에 머무르거나 옛것에 안주하는 학문이 아니다. 유학(儒學)은 성균관대 캠퍼스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21세기를 살아가는 튼튼한 자양분으로 거듭난다. 그것을 가르치는 대표적인 교육자 중 한 사람이 이기동(58) 유학·동양학부 교수다.

"설익은 채로 수입된 서양 사상이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유학은 떼어놓을 수 없는 심성(心性)의 근간이 됩니다."

그는 지난 2007년 사서삼경(四書三經:논어·맹자·대학·중용·시경·서경·주역)을 국내 처음으로 혼자 완역해 내놓은 인물이다. 최근엔 단행본 '한마음의 나라, 한국'을 출간해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꼬박 20년이 걸린 사서삼경 완역 작업은 '우리 것(동양사상)이 좋다'고만 할 뿐 정작 제대로 된 경전 번역본이 드물던 국내 학계의 바탕을 튼튼히 다지는 일이었다. '주역'에선 괘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며칠 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시경'을 제대로 번역하려면 시인의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시를 짓기도 했다.

"인문학이 위기를 맞는 것은 '학문을 위한 학문' '취업을 위한 학문'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슴으로 하는 인문학'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죠." 그는 유학이야말로 우리 땅에 묻혀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서 막연하게 '나라 망친 학문'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조선을 살린 세종대왕도, 조선의 정신적 지주였던 퇴계도, 조선을 지킨 이순신 장군도 모두 유학을 바탕으로 한 인물이었습니다. 유학이야말로 우리를 살리는 에너지입니다."

유학의 핵심사상인 '어질 인(仁)'은 사실 우리 민족 고유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인'은 '내 마음이 네 마음이고 네 마음이 내 마음', 곧 '한마음'이란 개념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는 본래부터 경쟁과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몸의 문화'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돕는 '마음의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물질주의가 강한 '몸 문화'의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합니다. 그러나 눈이 녹을 때가 되면 봄을 준비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있을까요? 역사가 지금껏 순환해 왔듯이 다시 '마음 문화'의 시대가 올 것이고,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옛 고전 속에 미래의 새로운 길이 있다'는 그의 강의에 성균관대 학생들은 커다란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하루는 다른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수업을 늦게 들어갔는데 미처 학생들에게 전달이 안 됐어요. 45분을 늦었는데도 모든 학생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