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 별세] [수양딸 김숙향씨의 회고] "천안함 北소행 안믿다니…" 南 사람들에게 실망하셨죠

"천안함 사태가 일어난 뒤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남한 국민들에게 실망했고 북한 독재가 3세대까지 이어지는 데 대해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별세한 지 이틀째인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황씨의 수양딸 김숙향(68)씨는 "(황씨는) 울분을 견디지 못해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것"이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오죽하면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어제 돌아가셨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전날인 10일까지만 해도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했었다.

김씨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본 황씨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김씨는 "어르신은 그날도 3대 세습까지 간 북한의 상황을 걱정했다"고 했다. "DJ(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어르신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2년 반이 돼 이제야 좀 뜻을 이루려고 동분서주하셨는데…."

황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수양딸에게 "(북한 관련 운동에) 제일 앞에 서는 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으면 안 되니 건강에 유의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마지막이라고 본인은 생각 안 하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씨와 황씨는 15년 전인 1995년 중국 선양(瀋陽)에서 처음 만났다. 김씨는 "당시 금강산 관광개발을 추진하던 김철호 명성그룹 회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황씨를 만났다"고 말했다. 당시 황씨는 김씨와 4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많은 얘기를 나누고 나서 "이런 정직한 여자가 있느냐"며 김씨를 칭찬했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1997년 4월 남한으로 망명한 황씨가 1998년 12월 김씨를 수양딸로 맞았다. "처음에는 주저하고 몇 번을 거절했다"던 김씨는 "제대로 어르신을 보필하기 위해서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르신이 한국에 온 뒤 매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쪽 윤중로 벚꽃놀이를 같이 다녔는데, 유독 올해만 함께 가지 못 했었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