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포갠 色 그 절묘한 조화

서울 노화랑에서는 지난 6일부터 서양화가 김태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김태호는 한국 모노크롬(단색주의) 그룹을 이루는 한 사람으로 꼽힌다. '모노크롬'은 1970년대 펼쳐진 한국 현대미술의 운동으로, 이미지를 배제하고 한 가지 색이나 같은 계열의 색조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말한다. 서구에서 한때 풍미했던 '모노크롬(monochrome) 아트'는 다색화(多色畵)에 대한 대응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김태호의 작품 〈내재율 2010-02〉 같은 작품을 보면, 그의 작품을 모노크롬으로 분류해도 좋은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 색을 쌓아올려 단색이라기보다 수많은 색층(色層)을 형성하며 모노크롬 계열에서도 차별화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풀어낸 각기 다른 색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포개면서 캔버스 위에서 마치 숨 쉬고 생장하는 것 같다. 색들로 이뤄진 작은 방은 세포 같기도 하고 시간의 축적 같기도 하다. 작가는 색을 쌓아올리는 작업을 벌이지만 색들이 서로 만나면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며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작가가 다 채우지 않은 미세한 공간은 작품이 숨 쉬는 공간이자 관람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른 색들이 어우러져 절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내재율〉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겉보다 내면의 리듬에 귀 기울이면서 근원과 닿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감지된다. 작품들은 현란한 이미지가 난무하고 속도와 개념을 말하는 작품의 홍수 속에서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전시는 20일까지 이어진다. (02)73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