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하이라이트

〈제11보〉(134~141)=대만 출신 린하이펑(林海峰)에 대해 사람들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고들 했다. 그 후 한국의 이창호에겐 한 술 더 떠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도 안 건너고 먼 길을 돌아간다'는 딱지가 붙었다. 누군가가 웃자고 만들어낸 우스개지만 이들의 신중한 기풍은 그만큼 유명하다. 특히 이창호는 형세판단 능력까지 뛰어나 우세한 바둑의 종반엔 결코 과속(過速)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창호가 지난 보(譜)에서 판단착오를 범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흑이 ?Y로 단수쳐 백에게 이음을 강요한 장면. 여기서 이창호는 돌연 134로 손을 돌렸다. 상변 흑 8점만 잡으면 유리하다고 본 것인데, 그러나 오판(誤判)이었다는 진단이 국후 내려졌다. 참고1도 1로 끊어 패(覇)를 계속할 장면(4…△).

135는 우하 백을 가두는 동시에 '가'로 뛰어 상변이 8점이 탈출하는 수단도 보고 있다. 하지만 퉈자시는 훗날 이 수를 크게 후회했다. "135로는 참고2도 1로 때려야 했다. 팻감 관계로 4까지 필연일 때 실전보 141로 뚫었으면 미세하지만 흑의 승리였다"는 것. 136부터 본격 패싸움. 그 와중에 이 바둑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141이 놓였다. (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