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은 소탈했다

"일본·중국·홍콩의 영화인들 모두가 김동호 위원장님이 중요하고 훌륭한 분이라고 했어요. 전부터 부산에 와달라고 하셨는데 어젯밤에야 왔네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줄리엣 비노쉬(46)가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기자회견 사회를 직접 맡은 김 위원장은 "작년과 올해 비노쉬를 만나 직접 초대했다"며 "세계적인 배우와 감독을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비노쉬는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70) 감독의 새 영화 '증명서'에 출연했고, 이 영화로 올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베를린과 베니스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은 특급 배우다. 회견에서의 모습은 솔직하고 소탈했다.

그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초대를 받아 이란을 다녀온 이야기부터 했다. "서양과 중동 국가는 사이가 안 좋고, 신문에서 이란의 끔찍한 뉴스를 많이 봤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갔어요."

"첫날 감독님 집에 갔는데 우리 둘뿐인 거예요. 걱정이더라고요. 남녀가 한 집에 있으면 이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내가 원하는 건 우정과 예술, 인생을 나누는 것이지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어요.(웃음) 그랬더니 감독님도 크게 안심하면서 기뻐하셨죠."

그녀는 각국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에 대해 "학교 때는 항상 꼴찌여서 상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어 매우 의미 깊다"고 했다. "상은 물론 좋지만 제가 추구하는 건 아니에요.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 것이 제 삶이고, 그것이 인정을 받는 건 축복이죠."

비노쉬는 "영화를 볼 때는 나를 변화시킬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다. "대부분의 영화는 저를 오염시켜요.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영화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아시아 영화, 특히 비판적 시각을 가진 한국 영화들은 비전을 주기 때문에 봐야 할 것 같아요."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세계적 스타가 내 영화에 출연한 것은 처음이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듯 소화해 가끔은 내가 쓴 시나리오가 아닌 듯한 느낌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다음 영화는 한국 또는 일본에서 촬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